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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대니얼 젠더
LGBTQ

친구가 커밍아웃할 때 힘이 돼 주는 방법

선한 마음이 전부는 아니다.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성정체성을 고백한다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응원하고 싶더라도 막상 무슨 말을 할지 몰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게 될지 모른다. 소중한 친구나 가족이 성소수자라고 당신에게 고백할 때 힘이 돼 주는 방법을 정리했다.

일단 당신에게 커밍아웃하는 그 시점부터 시작하자. 먼저 성소수자는 성정체성을 한 번만 밝히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들은 커밍아웃을 하고 또 해야 한다.

독일 기자 톰 벨네르는 미국 매체 버즈피드에 “성소수자로 사는 것은 커밍아웃을 평생 멈추지 않고 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털어놨다. “사람들은 이성애가 기준인 세상에서 누군가가 남자라는 이유로 당연히 여자친구가 있거나 여자친구를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커밍아웃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친구나 동료를 만날 때마다 설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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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다른 관계를 맺고 있다. 또 커밍아웃은 여러 상황에서 일어난다. 그러니 모든 상황과 관계에 통하는 만능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일례로 향초 판매점 직원이 여성 고객이 자신의 여성 파트너에게 선물할 향초를 산다고 할 때 눈물을 흘리면서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면 좋겠다”고 말하는 건 상황에 맞지 않는다.

반면 어릴 적부터 친한 친구가 성소수자라고 밝히는 상황에서 “알겠어. 멋지다”라고 간결하게 답하는 것도 맞지 않는다. 개인의 감정과 관계에 맞게 공감해야 한다.

진지하고 감정적 커밍아웃이라면 인정과 존중에 초점

다음은 알아두면 좋은 조언이다.

  • 성정체성을 고백하는 순간이 얼마나 중요하고 얼마나 힘든지를 표현하기 위해 “얘기해 줘서 정말 감동이야”나 “믿어줘서 고마워”라고 말한다.
  • “말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미소를 지으며 인정해 준다.
  • 친한 사이라면 간단한 질문을 해 봐도 좋다. 캐묻듯이 질문하는 태도만 피하면 된다. 예를 들어 “범성애자가 무슨 뜻인지 몰라. 말해줄 수 있다면 무슨 뜻인지 듣고 싶어.” 단, 신체나 섹스는 민감한 주제일 수 있으니 파고들지 않도록 조심한다.
  • 커밍아웃한 날이 대단한 날임을 알려줘라. 같이 술을 마시거나 새로운 옷을 사거나 타투, 피어싱을 하거나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파티를 하거나 무엇이든지 좋다. 지금이 중요한 순간인지 알고 있고 그 사실을 알려줘 고맙다고 표현한다.
  • 친구가 자기 입으로 커밍아웃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무리 커밍아웃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이에게 친구의 성정체성을 밝히면 안 된다. 커밍아웃한 친구가 다른 친구는 이 사실을 알지 않길 바랄 수도 있고 다른 지인에게 대신 밝혀주기를 바랄 수도 있다. 무엇을 원하는지 대화하는 게 최선이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봐 그러는데 다른 사람도 아는지 물어봐도 괜찮을까?”
  •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단도직입적인 질문이 최선일 수 있다. “잘 몰라서 그러는데 지금 어떻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라고 물어보는 거다. 친구를 위해 무엇을, 무슨 말을 해주면 좋을지 모르는 건 문제가 아니다.

커밍아웃 분위기와 상관없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

다음은 반드시 피해야 할 말이다.

  • 당신 생각을 말하는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초점을 상대에게 맞춘다. 가령 “안 놀랐다”거나 “알고 있었다”고 하지 않는다. 성정체성을 감추려고 발버둥 쳐 온 사람에게 그렇게 말하는 건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상대가 “알았느냐”고 먼저 물으면 솔직하고 완곡하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확신은 없었다”고 답하면 된다.
  • “별일 아니야” 같은 말은 보통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나온다. 하지만 한 사람의 경험이나 어려움을 깎아내린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커밍아웃하는 상대는 축하 인사나 무심한 반응, 단순한 수용보다 더 극적 반응을 기대할 수 있다. 
  • “그래도 사랑해”도 선의에서 나오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겠다거나 성정체성에도 불구하고 아끼겠다는 메시지를 무심코 전한다.
  • “어떻게 나한테까지 비밀로 할 수가 있어?” 이 말도 피해야 하는 말 중 하나다. 나름의 사정이 있을 거라고 믿으면 된다. 주인공은 커밍아웃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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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아웃 후에도 계속 이들의 편에 서서 지지해 주기

다음은 사후에 염두에 둘 사항이다.

  • 상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편이 좋다. 본인을 레즈비언이라고 부르면 그렇게 부르고 게이라고 부르면 게이라고 부른다. 부끄럽다는 듯이 속삭일 필요가 없다. 사귀는 사람을 남자친구 대신 파트너라고 부르면 파트너라고 칭한다. 애인이라고 부르면 애인이라고 칭한다. 굳이 ‘친구’나 ‘룸메이트’라고 부르지 않는다.
  • 성소수자 친구를 사귈 수 있도록 응원하고 이들만 모인다고 서운해하지 않는다.
  •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진지하게 사과한다. 그렇다고 죄책감을 상대의 몫으로 만들지 않는다. 상대가 위로하기 시작하면 잘못된 거다. 사과를 받도록 압박해서도 안 된다. 친구로서 부족했던 점을 고백해도 좋다. 이를테면 “그동안 했던 말을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나랑 있는 게 속상하고 불편했을 것 같아.” 이런 말도 괜찮다. “이 주제를 요즘 공부해. 앞으로 나은 친구가 되고 싶어.”
  • 계속 용기를 심어주고 관계에 확신을 줘야 한다. 커밍아웃이 전혀 없었던 일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 친구가 최근 커밍아웃한 조카딸에게 선물 상자를 보냈는데 생각이 깊다고 생각했다. 또 성소수자 지지 모임에 가입해 활동할 수도 있다.
  • 친구에게 관심을 두고 잘 보살펴 준다. 성소수자들이 받는 차별은 여전히 만연하다. 자살하거나 정신 질환, 데이트 폭력을 겪을 확률이 더 높다. 상대의 성정체성을 인정한다고 해서 다른 이들이 모두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친구 사이나 가족, 직장,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는지 주의를 기울인다.
  • 친구를 ‘친한 게이/레즈비언 친구’라고 부르지 않는다. ‘친한 친구’라는 말이면 충분하다. 성소수자 친구를 뒀다고 아무 농담을 해도 된다고 착각하지 않는다.
  • 다른 성소수자를 알고 있다고 해서 무작정 서로 소개해 주지 않는다. 
  • 친구의 모든 면을 보려 노력한다. 성정체성은 한 면일 뿐 전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