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블랙핑크 신곡 뮤직비디오 간호사 ‘성적 대상화’ 논란

대한간호협회가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가 코로나19와 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간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블랙핑크 이효리 Lovesick Girls 지수, 제니, 로제, 리사
그룹 블랙핑크 신곡 '러브식 걸스'의 뮤직비디오 캡처

2020년 10월 7일 업데이트

그룹 블랙핑크가 첫 정규앨범 ‘디 앨범’으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신곡 뮤직비디오가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는 타이틀곡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의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제니가 간호사 복장을 하고 등장하는 6초가량 부분.

대한간호협회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공개 사과와 시정 조치를 촉구했다.

대한간호협회는 6일 “블랙핑크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에 전날 공개 사과와 시정 조치를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보냈다”며 “제니가 간호사 모자와 짧은 치마, 높은 하이힐 등 간호사 복장을 착용한 장면은 간호사를 성적으로 대상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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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사의 맥락과 상관없는 선정적 간호사 복장을 뮤직비디오에 담은 건 (YG의 주장처럼) 예술 장르라기보다 사회에 만연한 간호사 성적 대상화 풍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글로벌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꼬집었다.

대한간호협회는 뮤직비디오를 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간호사들의 권익을 개선하기는커녕 사기마저 저하했다”고 비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도 영상을 지적했다. 노조는 전날 공식 논평을 통해 “간호사는 병원 노동자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성폭력에 노출돼 있다”며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반복해서 노출할수록 이런 상황은 더욱 악화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나흘 만에 조회 수 1억건을 넘겼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간호사는코스튬이아니다’ 등과 같은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YG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장면은 노래 가사 ‘사랑에 아파할 때는 어떤 의사도 소용없다(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를 반영했다”며 “특정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한다”고 밝혔다.

블랙핑크 지수, 제니, 로제, 리사

그룹 블랙핑크. 사진: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또 “뮤직비디오를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한다”며 “제작진은 해당 장면의 편집과 관련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다음 날 “‘러브식 걸스’의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 유니폼이 나오는 장면을 모두 삭제하기로 했다”며 “가장 이른 시간 내로 영상을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불편을 느끼신 간호사 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 전한다”고 머리 숙였다.

2017년 한국여성건강간호학회 학술지에 실린 논문 ‘간호학생의 임상실습 시 성희롱 피해 경험, 성희롱 심각성 인식 및 자아존중감’을 보면, 국내 대학 간호학과 재학 학생 중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이가 50.8%였다. 성희롱 중 신체적 성희롱이 가장 많았다.

가수 이효리도 블랙핑크와 비슷하게 2008년 발표한 3집 타이틀곡 ‘유고걸’의 티저 뮤직비디오로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간호사 복장을 하고 영상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효리는 해당 장면을 공식 뮤직비디오에서 삭제하면서 논란을 잠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