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tal health

기대와 다른 선거 결과에 아직 우울한 사람을 위한 조언

정치 뉴스에 노출되는 건 때론 정신건강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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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 AFP통신

정치 뉴스를 접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소셜미디어가 끊임없이 알려주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를 끊어도 길에서 흘러나온다. 요즘은 전광판에서뿐 아니라 정류장과 대중교통에서도 뉴스가 나온다. 눈과 귀를 막아도 가족이나 친구가 공유해준다. 하지만 뉴스를 보고 듣는 건 시사상식 향상에는 도움 될지 몰라도 정신건강에는 해로울 수 있다.

소셜미디어가 이 문제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신건강 전문가이자 작가 줄리 바설스는 “사람들이 앞에 있는 사람에게는 하지 못할 말을 소셜미디어에서는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좀 더 유식하게 말하면 ‘의사소통의 비인간화’다. 약자들은 이런 현상 때문에 전보다 더 공격받는다고 느낀다.

미국 버펄로 정신건강센터의 사회복지사 제나 윗카우스키는 “동료들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선거 결과에 영향을 받는다”며 “상담할 때 정치 이야기를 꺼낸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선거 결과가 본인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걱정한다”며 “경제나 세금이나 건강보험, 학자금 대출 같은 문제를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떤 사람은 가족들과 식사하는 것조차 고민이라고 말한다”며 “정치 이야기를 할 게 뻔하고 대화가 격해질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어떤 사람은 점차 정치 피로감을 느낀다. 일부는 현실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사회적인 문제에 너무 깊이 빠져 있다거나 소화하기가 벅차다고 느끼는 거다. 동시에 더 평화롭고 나은 세상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수도 있다.

심리치료사 스콧 더호티는 “우리가 오랫동안 뚜렷하게 구분된 양당체제를 겪어왔고 서로에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의견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신념이나 어느 줄에 섰는지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호티는 나라뿐 아니라 가정도 정치 신념에 따라 분열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호티는 “1960~70년대 미국에서 머리카락이 긴 사람을 보면 히피고, 전쟁을 반대하고, 약물에 빠져 있고, 일할 능력이 없고, 위험하다고 판단했던 것과 비슷하다”며 “사람들이 한 가지를 근거로 다른 이를 특정 부류로 분류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로고가 적힌 모자를 쓰고 있는 누군가를 보면 히피에게 그랬던 것처럼 똑같이 판단하려고 한다”며 “경제와 건강보험, 이민 등 사안에 특정한 입장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한 연구진은 ‘초조해하는 국가: 트럼프 대통령 시대 미국의 불안’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통해 2016년 미국 대선과 미국인이 느끼는 불안 사이의 상관관계를 조사해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18~44세 미국인 중 71%는 대선 결과 때문에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64%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서 범국민적 불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데 동의했다.

미국 앨라배마대학의 임상 심리학자인 조시 클라포 박사는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나 방송에서 토론하다가 싸우고, 다른 의견을 나누다가 서로를 비방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서로에게 언어적, 신체적인 폭력을 가하거나 소셜미디어 계정을 차단한다”며 “친구, 가족과 연을 끊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클라포 박사는 “싸우는 쪽은 공격받았다고 느끼고 도망치는 쪽은 공격당할까 봐 자기 생각과 신념을 회피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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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 여성이자 팟캐스트 ‘더게이시스트메니페스토’의 호스트 캘리 라이트는 “선거일부터 트랜스젠더 친구들이 앞으로 삶이 얼마나 팍팍해질지 걱정했다”며 “불안이 갑자기 생긴 건 아니지만 선거 이후로 1년 내내 이어졌다”고 밝혔다. 

라이트는 “활동가들이 지치는 걸 자주 본다”며 “매주 집회, 행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지친다”며 “어려운 사람을 위해 싸움에 동참해야 할 필요성과 자신을 돌봐야 할 필요성 사이에서 매일 줄다리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트는 피로감 때문에 점차 소셜미디어 사용을 중단하는 친구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친구는 글은 올리지만 대꾸할 여력이 없는지 댓글을 달지 말라고 한다”며 “다른 친구는 유튜브 영상에 악성 댓글이 많아 유튜브를 그만뒀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 소셜미디어 사용 중단이 명백한 정답 같지만 완전히 끊어내기란 쉽지 않다. 소셜미디어에는 재밌고 유용한 콘텐츠가 많기 때문이다. 다행히 소셜미디어마다 언짢게 하는 특정한 계정이나 게시물을 보지 않도록 설정해주는 차단 기능이 있다.

더호티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무기력감과 허무함을 유발하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 활동에 어느 정도 참여하면 이런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더호티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열정을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찾아보라고 충고했다. 그는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느낌을 받으면 문제”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으면 정말 그렇다”고 활동을 시작해보기를 권고했다.

클라포 박사는 “자기 보호를 위해 사회적이거나 정치적인 문제를 생각할 때 매우 강렬한 감정이 솟구칠 수 있다고 인정해야 한다”며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조심해야 하고 상대가 대화를 나눠도 안전한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상생활이 어렵고, 지치고, 항상 불안하거나 슬프거나 화나면 잠시 정치 대화를 접어야 할 때”라며 “스스로 안 되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일상생활이 어렵고, 항상 불안하거나 슬프거나 화난다면 잠시 정치 대화를 접어야 한다.”

라이트는 커뮤니티가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커뮤니티는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문제를 풀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거다.

“행복과 정신건강을 위해 인터넷을 자기 맞춤형으로 활용하기를 두려워하지 마세요. 악성 댓글을 달며 화를 부추기는 사람과 싸움을 그만둘 때도 망설일 필요가 없고요. 이런 사람 계정에 차단 버튼을 누를 때에도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행복과 정신건강을 위해 인터넷을 자기 맞춤형으로 활용하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요즘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시위와 운동이 일어난다. 자기 신념과 관심사에 맞춰 직접 행동에 나선다면 즉시 이런 부정적인 생각 환기에 도움이 될 거다. 또 우려되는 정책이 있다면 해당 정치인 쪽에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소셜미디어에서 길고 의미가 없는 말싸움에 기력을 빼는 것보다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