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인 42세 김정은씨는 10일 한국에서 2년 반 만에 열린 콘서트에 앞서 VICE에 부푼 기대감을 전했다. “잠이 안 올 정도였어요. 실감이 안 나요. 우리가 진짜 만나는 건지. 솔직히 (콘서트장에) 들어가서 보는 순간 울 것 같아요.”
“솔직히 들어가서 보는 순간 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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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팬이었던 정은씨는 앞선 콘서트가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정은씨는 이날 콘서트가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의 주차장에서 BTS 사진으로 차를 장식해두고 보라색 가발을 쓴 채 들뜬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BTS가 한국에서 오프라인 콘서트를 개최하고 팬과 만나는 건 2년5개월 만이었다. “가장 기대되는 건 BTS가 무대에 처음 올라올 때랑 목소리를 처음 들려줄 때에요. 목소리를 들으면 ‘이제 드디어 너희들을 만났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부 팬은 일찌감치 콘서트장 주변에 도착해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 문구는 BTS의 곡 ‘라이브 고즈 온(Life Goes On)’ 가사 중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를 차용한 거다.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
한국 팬이 대다수였지만 아시아권을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온 해외 팬도 자주 보였다. 이들은 콘서트장에 들어가기 전에 BTS의 노래를 재생해두고 춤을 추기도 하고 국내외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면서 오랜만에 만나는 설렘을 전하기도 했다.
만남을 기다린 건 이들 같은 팬만은 아니었다. 멤버들도 팬과의 만남을 기다렸다. “2년 반만입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지민) “텅 빈 객석 앞에 카메라만 놔두고 (온라인 콘서트) 촬영을 했는데 지금은 팬분들이 계시니까 너무 감동이고 설레네요.”(뷔)
팬들은 이날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환호나 함성을 지르는 대신 부채처럼 만든 응원 도구 클래퍼를 이용해 소리를 내거나 손바닥으로 손뼉을 치면서 응답했다. 그러면서 멤버들이 말을 하거나 노래를 부를 때 박자를 맞추면서 소리를 냈다.
“스태프분들이 ‘함성 대신 박수’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객석을 돌아다니시더라고요.”(진) “저희도 함성이 없는 공연은 처음입니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슈가) “나중에 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희가 또 좋은 추억을 만들어보겠습니다.”(지민)
“함성이 없는 공연은 처음입니다.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멤버들은 공연 중간에 팬과 소통하면서 이 시기 공연의 의미를 되새기려고 했다. “나중에 ‘이런(함성을 지를 수도 없는) 콘서트도 있었다’고 자식들에게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안줏거리를 선사한 ‘역사적 공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RM)
“최고의 안줏거리를 선사한 ‘역사적 공연’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BTS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의 좌석 6만5000석의 23% 수준인 1만5000명을 하루에 초대해 콘서트를 개최했다. 하지만 이날뿐 아니라 12일, 13일에도 콘서트를 열어 모두 4만5000명을 만난다.
이번 BTS 콘서트는 코로나19 시작 이래로 한국에서 열린 공연 중 최대 규모였다.
BTS는 해외 팬과 콘서트장에 올 수 없는 팬을 위해 12일에는 극장 ‘라이브 뷰잉’, 13일에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서비스 ‘위버스’를 통해 공연을 실시간으로 중계한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초로 대면 콘서트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