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필름 카메라에 열광한다. 모든 게 디지털로 변한 세상이지만 말이다. 필름 카메라의 매력은 완벽하지 않다는 점이다. 거칠고 불쾌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또 다른 매력이라고 한다면 누구도 현상 전까지는 촬영한 사진을 분명히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우연히 누군가가 바닥에 나뒹구는 카메라를 열어본다고 해도 필름만으로는 사생활을 엿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필름 카메라의 사진을 가장 처음 보는 사람은 사진관의 직원들이다. 그런데 직원들은 손님들이 맡긴 필름을 인화하면서 이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훔쳐본 적이 있을까. VICE는 사진 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스내피 스냅스 직원들에게 여태껏 일하면서 봤던 가장 놀라웠던 사진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물론 익명을 보장한다는 조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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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젊은 남자 베개 옆에 똥이 있는 사진이 있었어요.’
“한 손님이 일회용 카메라 5개를 한꺼번에 인화하러 온 적이 있어요. 남자들끼리 놀러 가서 찍은 사진 같았죠. 취해서 별난 짓을 다 했더라고요. 총각 파티라도 했던 것 같아요. 웃긴 코스튬을 입고 단체로 찍은 사진도 있었어요. 엉덩이를 깐 걸 보며 웃는 사진도 있었죠. 가장 충격은 한 남자가 자는데 베개 옆에 똥이 있는 사진이었어요. 손님이 사진 받으러 올 때 가게에 없었던 게 참 아쉬워요. 사진 줄 때 빨개진 얼굴을 보고 싶었거든요.”
– 앤절라
‘사진 속 여자는 확실히 손님의 엄마가 아니었어요.’
“현상하는 사진 대부분은 여행 사진이거나 가족 사진, 아이들 사진같이 평범해요. 그런데 몇 년 동안 방치해놓다가 안에 뭐가 들었는지도 모르고 가져오는 손님도 있어요. 한 남자 손님이 필름을 가지고 온 적이 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을 정리하다가 발견했대요. 평범한 가족사진인 줄 알았죠. 손님이 사진을 찾으러 왔을 때 따로 크게 인쇄할 게 없는지 보려고 한 장 한 장 넘겼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조용해졌죠. 좀 이상해서 가만히 있었어요. 그러더니 그분이 아버지 말곤 모두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어요. 사진 속 여자가 그 손님의 엄마가 아니었던 거죠. 게다가 사진 속엔 남자 아이들이 세 명 있었어요. 손님은 여동생만 있다고 하더라고요. 민망해서 그냥 잠자코 있었죠. 그러다가 손님이 가버렸어요. 나머지 얘기는 모르겠네요. 비밀리에 다른 살림을 차렸던 걸까요? 수상했어요.”
– 리사
‘성기 사진과 연인이 나체로 찍은 사진을 봤어요.’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상사가 아직 출근 전이니까… 사진이 너무 어두우면 밝기를 조절해야 해서 훑어봐야 해요. 보통 처음 몇 장이랑 마지막 몇 장을 봐요. 그러니 조언을 드리자면 이상한 사진을 현상할 땐 필름 중간에 넣는 게 좋아요.
대부분 야한 사진은 부끄러워서 현상하러 못 올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 그렇진 않았어요. 일하면서 연인끼리 나체로 찍은 사진도 보고 성기를 촬영한 사진도 봤어요.”
– 리처드
‘인형으로 온갖 성관계 체위를 재연한 사진을 봤어요.’
“대학생 때 사진관에서 일했어요. 그때 별의별 역겨운 꼴을 다 봤어요. 당연히 성적인 것이 많았죠. 그중에서도 유독 섬뜩한 남자가 있었어요. 올 때마다 사진 필름을 다발로 가져왔죠. 그 안에는 수많은 젊은 여자가 속옷 차림으로 있는 모습이 담겼어요.
제 생각인데 남자가 자신을 사진작가나 모델을 스카우트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니지 않았을까요? 그 뒤에 그 사람이 현상하러 오면 남자 직원한테 일을 맡겼어요. 그 남자 진짜 섬뜩했어요. 또 가끔 왔던 다른 남자는 인형으로 온갖 성관계 체위를 재연해 사진을 찍어놨더라고요. 솔직히 사진관 일하면서 쓰레기 같은 사람을 꽤 봤어요.”
– 마르타
‘토한 사진이 잔뜩 있었어요.’
“지금 사진관은 정책상 손님의 사적인 사진을 보면 안 돼요. 규칙을 잘 지키고 있죠. 사실 봐도 정말 지루해요. 보통 가족 여행, 졸업 사진들이거든요. 끽해야 연인 사진이죠.
그런데 10~15년 전만 해도 분위기가 좀 느슨했어요. 그래서 이상한 사진을 종종 봤죠. 당시 사람들이 일회용 카메라를 지금보다 더 많이 사용하기도 했고요.
절대 잊히지 않는 손님이 있었죠. 아플 때마다 자신을 촬영하는 사람이었어요. 토한 사진이 잔뜩 있었어요. 예술이라고 믿고 싶었죠. 하지만 확실한 건 아직도 몰라요.
섹스 사진도 몇 장씩은 꼭 있었어요. 누구나 한 번쯤은 찍어 보고 싶잖아요?”
– 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