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을 바꾸는 건 생각도 안 해요. 앞으로 계속 트럭을 타고 싶어요.”
덤프트럭 운전사인 일본 여성은 이렇게 말했다. 10t 덤프트럭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26세 다카나시 유키노는 인터뷰 당시 미야기현의 한 운송 업체에 재직 중이었다. 유키노는 화려하게 치장한 트럭을 가리키는 ‘데코토라’를 타는 젊은 덤프트럭 운전사다.
‘데코토라’는 1960년대에 아오모리현에 처음 등장했다고 알려져 있다. 70년대에 영화 ‘트럭 야로’ 시리즈 덕에 유행했다. 영화는 장거리를 달리는 트럭 운전사의 이야기다.
사실 여성 트럭 운전사는 일본에서 낯설지 않다. 75년에 개봉한 영화 ‘트럭 야로’에서도 여성 트럭 운전사 캐릭터가 이미 등장했다. 80년대 여성 트럭 운전사 조합도 설립됐다. 단체는 남성 트럭 운전사 중심 세계에서 여성 트럭 운전사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여성 트럭 운전사는 ‘트럭 공주’로 불리며 이 세계에서 작지만 특별한 자리를 차지했다.
유키노는 ‘데코토라’ 세계에서 최근 몇 년간 관심 세례를 받은 트럭 운전사 중 한 명이다. 본인 트럭을 아오모리현이 속한 도호쿠 지방의 지역 특색이 잘 드러나게 꾸몄다. 도호쿠 지방은 ‘데코토라’ 팬에게 성지다. 그의 복고풍 트럭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다.
VICE는 유키노에게 남성 중심의 트럭 운전사 세계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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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E: 덤프트럭을 운전한 지 얼마나 됐나요?
다카나시 유키노: 덤프트럭을 2017년 처음 탔어요. (일본에선) 21세가 돼야 대형 면허 취득이 가능해요. 그래서 대학 졸업 후 면허를 딸 수 있을 때까진 치위생사로 일했어요.
원래 꿈이 트럭 운전사였나요?
맞아요. 아버지가 트럭 운전사로 일하셔서 어릴 때부터 항상 트럭 주변에서 있었어요.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아버지가 모는 덤프트럭과 트레일러를 보며 자랐죠. 고등학교 때 아버지가 산 위에 있는 학교 주변으로 트럭을 타고 자주 데리러 오셨어요. 그때부터 아버지를 보면서 트럭 운전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덤프트럭을 타고 귀가하는 여고생이었군요. 부끄러웠던 적은 없었나요?
덤프트럭을 타고 가는 사람은 우리 형제뿐이었어요. 아마 유독 튀었을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그렇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어요. 덤프트럭이야 여기저기 많잖아요.
덤프트럭의 어떤 점이 좋았나요?
처음 끌렸던 이유는 아버지의 트럭이 멋졌기 때문이에요.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의 트럭은 보통 트럭명이나 회사명이 적힌 발광 간판이 달렸어요. 보통 지역명도 적혀 있죠. 요즘 타지역 트럭이라도 우리 지역에 들렀다가 이 발광 간판을 다는 사람이 많아요.
덤프트럭으로 보통 뭘 나르나요?
자갈이나 도로포장용 아스팔트 혼합물을 덤프트럭에 싣고 건설 현장으로 이동해요. 하루에 보통 4번 정도를 왕복해요. 가끔 일을 혼자 하기도 하는데 쉽지 않죠. 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해요. 일 끝나면 세차를 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해요.
여가는 보통 어떻게 보내나요?
가끔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쇼핑하기도 해요. 또 쉬는 날이면 세차할 때도 있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멋진 트럭을 소유한 사람을 구독해 사진을 보는 정도예요. 취미가 그렇게 많다고는 할 수 없어요. 음악은 전혀 안 듣고 TV에 나오는 연예인도 안 좋아해요.
여성 트럭 운전사를 동경했나요?
아니요. 여성으로서 트럭을 타는 게 멋있다고 생각해 일을 시작한 게 아니에요.
일본에 여성 트럭 운전사가 많나요?
많아요. 20대 여성 운전사를 점점 더 많이 봐요. 뭘 싣는지에 따라 여성에게 트럭 운전이 그리 힘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덤프트럭 일은 다 자동으로 되기 때문에 흙이나 모래, 쇄석(부순 돌)을 싣고 내릴 때 힘들지 않아요. 반대로 화물을 싣고 푸는 장거리 트럭 일은 여성이 하기에는 좀 버거워요. 트럭 업계에서 덤프트럭 일은 좀 쉽다는 인식이 있죠.
그러면 가장 인정받는 건 뭔가요?
트레일러는 건설 현장에서 존재감이 커요. 주행도 매우 어려운 편이고 후진할 때도 짐 싣는 부분이 90도로 움직여 힘들어요. 공사장에 들어가면 모두가 쳐다보죠.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은 몇 번 왔다 갔다 해야 해요. 숙련된 사람은 한 번에 성공하고요. 덤프트럭을 몰다가 그런 장면을 보면 놀라워요. 모든 사람이 관심을 주는 건 좋잖아요.
여성 트럭 운전사가 왜 늘었나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에 여성을 많이 봤어요. 고등학생 때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는데 모두 잔해를 처리하느라 정신없었죠. 또 지역을 재건하느라 트럭 일이 많았어요. 피해 건물을 부수고 도로도 복구하고 제방 재건을 위해 흙과 재료를 날라야 했어요. 당시 중장거리 운송 일을 하던 여성들이 더 쉬운 덤프트럭 일로 많이 바꿨어요.
여성으로 사는 건 어떻다고 생각하나요?
가사와 양육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 제가 하고 싶은 걸 해요.
이 일을 평생 하실 건가요?
전직은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덤프트럭뿐 아니라 다른 트럭도 몰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다른 목표가 있나요?
트레일러를 몰고 싶어요. 여성 트레일러 운전사는 거의 없거든요. 트레일러로 굴삭기 같은 중장비를 옮기더라도 싣고 내리는 작업을 모두 혼자 해야 해요. 트레일러 운전은 물론이고 중장비를 운전해 직접 트레일러 안으로 모는 작업도 필요해요. 그러려면 중장비와 견인 면허도 필수예요. 이 모든 것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운전사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