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의 17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인정하는 또 한 명의 10대 환경 운동가가 있다. 바로 중국의 18세 환경 운동가 어우홍이. 영문 이름은 하우이 어우.
어우는 조국이자 세계 최대 환경 파괴국 중국의 변화를 위해 싸운다. 단기간에 급속 경제 성장을 이룬 중국. 현재 최악의 탄소 배출국이기도 하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117만t이다. 미국과 유럽의 배출량의 합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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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는 중국의 수치는 화나고 걱정되지만, 경각심을 위한 중요한 자료라고 생각한다.
그는 VICE와 인터뷰에서 “인구가 14억인 나라에서 현재 발생하는 끔찍한 환경 파괴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용감한 청년이 왜 한 명도 없는지 이유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어우는 푸른 산과 맑은 강, 기이한 석회암 봉우리로 유명한 중국 남부의 광시좡족자치구 구이린에서 자연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성장 배경 때문인지 어우는 자연스럽게 자연과 동물 사랑을 삶의 가치관으로 삼았고 나아가 환경 운동을 하게 됐다.
어우는 지난해 5월 구이린시청 앞에서 처음으로 환경 운동을 위한 시위를 벌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10대 소녀는 공무원들이 자신을 경찰서로 끌고 갈 때까지 시위를 일주일간 지속했다. 이 소식이 또래 환경 운동가이자 국제청소년연대모임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의 창립자 툰베리에게 전해졌다. 툰베리는 트위터를 통해 어우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그의 용기와 노력에 찬사를 보냈다.
툰베리는 환경 운동으로 지위와 명성을 얻었다. 세계인들은 툰베리에게 박수를 보냈다. 반면 어우는 대중의 비난과 반대를 마주했다. 중국에서 운동은 반중국 행위로 인식된다. 그는 중국에서 환경 운동을 하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걸 일찍이 알아차렸다.
어우는 VICE와 인터뷰에서 환경 운동을 하면서 느낀 점과 난관, 불안, 외로움을 얘기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환경 운동의 길을 걸어가는 걸 후회하지 않는 이유를 들려줬다.
VICE: 안녕하세요. 구이린시청 앞에서 ‘기후 행동’을 촉구하면서 1인 시위를 벌여 세계인들이 매우 놀란 적이 있었어요. 당시 일을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어우홍이: 시위 전까지 며칠 동안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 점검했어요. 완벽히 준비하고 싶은 마음에 기후 변화에 대해 인터넷에서 미리 철저히 조사했어요. 눈에 쏙 들어오는 문구를 쓰려고 고심했어요. 행인들에게 기후 위기라고 충격을 주고 싶었어요. 결국 지난해 5월 26일 오후에 문구를 적은 널빤지를 들고 시청에 나갔어요.
사실 시위 첫날부터 혼자였는데 별일 없었어요. 첫 장소에선 그리 오랫동안 머물지 않았어요. 다른 운동가들처럼 사진도 촬영했죠. 사진을 트위터에 공유하니 좋은 반응이 왔어요. 시위를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시위를 시작한 지 금세 2~3일이 지났죠.
하루는 가장 친한 친구와 시위에 나갔어요. 그때 구이린시청 앞에서 경비원과 마주쳤어요. 처음엔 저지당할 봐 좀 걱정했어요. 그런데 경비원은 친절했고 조언도 해줬어요. 공무원들에게 줄 제안서를 써보면 어떻겠냐고. 희망찬 마음으로 시위를 마무리했죠.
시청 앞에서 매일 3~4시간을 앉아 있었어요. 모든 동선과 행동을 트위터에 기록했어요. 그러던 중에 툰베리가 제 트위터 게시물 중 하나를 리트윗(공유)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러니까 구독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더라고요. 제 생활이 관심받기 시작했어요.
사복 경찰관들도 제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위하는 절 지켜보고 있다가 집에 돌아가든지 아니면 경찰서로 같이 가든지 하자고 했는데 포기하는 것 같아 집에 가지 않았죠. 저항 정신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경찰관과 경찰서에 함께 갔어요.
환경 운동을 어떻게 시작했나요? 전략은 무엇인가요?
트위터 프로필 소개란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를 물리칠 백신은 언젠가 개발할 수 있지만 기후 비상사태를 위한 백신은 개발할 수 없다’고 적었어요.
진행 중인 기후 위기에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해 ‘시민 불복종’ 시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과학적 사실과 긍정적인 말을 적당히 섞을 줄 아는 게 중요해요. 사람들이 희망을 잃지 않고 용기 내서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북돋아야 해요. 절망적 상황에 부딪힐 수도 있어서 어려움을 전략적으로 해결하는 능력도 필요해요.
이게 위기를 넘는 유일한 방법이에요.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어요.
집단행동을 해서 변화를 끌어내고 싶어요. 혼자 해내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을 끌어내는 게 과제예요. 그러지 못한다면 인류는 파멸뿐이에요. 이제 돌이킬 수도 없고 방관할 수도 없어요. 지금이 변화를 만들 절호의 기회예요.
경찰과 있었던 일을 들려주세요.
중앙경찰서로 끌려간 뒤로 작은 방으로 들어갔더니 정식 조사를 받을 거라고 하더라고요. 조사관들은 진술을 기록할 컴퓨터와 종이를 갖고 있었어요. 수사에 협조하라고 하면서 알고 있는 걸 모두 털어놓으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수많은 질문을 하기 시작했죠. 기후 변화를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매일 시위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지, 거리에서 말을 건 행인이 있었는지.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요.
이미 저에 관해 조사해서 많이 알고 있더라고요. 심지어 제 친구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어요. 그때 우리 대화가 순수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조사관들이 국가안보실에서 나온 사람들이고 일반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관청 앞에서 제가 했던 행동이 불법이라고 설명했어요. 돌이켜보면 정부와 국가를 비방하는 메시지가 널리 확산하는 일이 위협받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 같은 사람들을 저지하려고 했던 거죠. 시위를 막고 정보를 통제하는 일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그들만의 방식이었던 거죠. 과학이나 지구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조사는 약 한 시간 정도 이어졌어요. 자정이 다 돼서야 경찰서에서 풀려났어요. 부모님이 데리러 오셨고 많이 걱정하셨어요. 경찰이 부모님께 트위터 사용을 자제시키라고 했어요. 또 외국인과 대화를 하거나 기자들과 인터뷰하는 걸 막으라고 하더라고요.
그 후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요?
3일 동안 집에 인터넷이 끊겼고 핸드폰도 정지됐어요. 경찰이 며칠 동안 부모님 직장으로 전화해서 추가 조사를 하면서 부모님과 불화가 생겼어요.
아버지가 장래에 해가 될까 봐 걱정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맞아요. 부모님은 시위보다 학교 공부에 집중하라고 하셨어요. 사건 이후로 부모님과 심하게 다퉜어요. 한 번은 부모님이 제 휴대전화와 전자기기를 압수했어요. 그때 정말 답답하고 힘들었죠. 결국 가출해 몇 달간 배회하면서 여러 연구소를 방문했어요. 절 궁지로 몰아넣는 환경에선 기후 변화 공부를 계속할 수 없겠다고 판단했어요. 현재는 부모님 곁을 떠나 혼자 살고 있고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모르겠어요.
학교에서 퇴학당했다는 기사도 읽었어요.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제 상황을 여러 외신이 보도해줬어요. 덕분에 학업을 마칠 수 있게 됐어요.
지금은 학교에 다닐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선생님들이 환경 운동을 여전히 못마땅해 해요. 대중적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경찰과 지방 교육청이 선생님들을 압박하는 눈치에요. 부모님처럼 선생님들도 곤란한 상황이 된 거죠. 학업은 다시 신중히 생각해보고 있어요. 학교에 돌아가면 그만둘 수가 없을 거예요. 이런 곤란한 상황 때문에 힘들어요.
환경 운동이 중국에서 외로운 투쟁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그동안 기후 행동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파하는 임무를 주로 혼자 해왔어요. 다른 나라의 청년 운동가들처럼 지역사회로부터 지원받지 못했어요.
이런 무반응이 사실 낯설진 않아요. 하지만 가끔 활동의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해요. 중국의 많은 비정부기구(NGO)는 정부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온건한 태도를 보이고 정부에 쓴소리하지 않는 편이에요. 전 중국의 다른 환경단체와 달라서 이들로부터 제외된 채 운동하고 있어요. 환경 행사나 회의에도 항상 제외됐어요.
물론 자오자신과 같은 중국 환경 운동가를 알아요. 중국에는 없지만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활동가와도 대화한 적 있어요. 저도 친구들이나 활동가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어요. 이들은 구금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용기 나는 얘기를 해줘요.
트위터는 훌륭한 플랫폼이에요. 호주와 뉴질랜드,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의 환경 운동가로부터 응원을 받았어요. 계속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동료들이죠.
일부 외국 단체와 세계 정상은 중국이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려 한다고 칭찬하는데요. 왜 중국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거죠?
전 세계 수십억명이 기후 위기로 죽을 거예요. 세계 정상들이 기후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아서요. 중국 정부는 과학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있어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믿게끔 진실 은폐에 이용할 뿐이죠.
정치가 기후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건 잘못됐죠. 환경 운동가가 침묵하게 하는 건 더 큰 범죄예요. 지구를 구하는 일보다 돈을 우선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에요. 특히 권력을 가진 고위직 중에 그런 사람들이 많죠.
예컨대 야생동물을 도살하고 자연을 파괴하면서도 정부의 제재를 받지 않는 중국 기업들을 보세요. 중국 어선들은 아직도 국제 해양보호 구역으로 들어가서 상어를 비롯한 해양 생물을 도살하고 있어요. 너무 놀랍고 화나요. 생태계에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예요. 최악은 이런 관행이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 계속 행해지고 있다는 거예요.
중국의 행동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쳐요. 정부는 이런 잔혹 행위가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기업에 책임을 물어야 해요. 환경 보호를 위해 더 엄격한 법을 제정해야 하고요. 지구의 희생을 담보로 개인의 탐욕을 채우는 행위를 더는 허용해선 안 돼요.
더 큰 문제는 중국 인민의 무관심이에요. 대부분이 기후 위기를 의식하지 못해요.
사람들은 정부가 잘하고 있다고 믿어요. 기후에 관심 없고 과학을 불신해요. 무관심과 불신에 화나요. 가끔 이길 가망이 없는 전쟁이라고 느껴지거든요.
기후 변화와 환경 파괴로 누가 가장 고통받는다고 생각하나요?
사회 취약 계층이 가장 고통받는다고 생각해요. 가령 가난한 농부나 어부 같은 사람들. 홍수 등 재해로 삶이 파괴된 시골 사람들을 보고 정말 슬프고 답답했어요.
시골 사람들은 상황을 바꿀 힘도 없고 앞으로 재난을 막을 방법도 몰라 절망적이라고 했어요. 삶이 파괴된 사람들은 “정부에게 버림받은 느낌”이라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누구에게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어요. 이런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정부에 맞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티베트고원의 기후 변화도 걱정돼요. 티베트고원은 수십억명을 위한 중요한 수원인데 이곳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요.
요즘 많은 언론이 툰베리와 비교해요. 어떤 기분이 드나요?
인터넷에서 툰베리를 처음 알았어요. 그때 툰베리가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시위한다는 게시물을 봤어요.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큰 화제였죠. 툰베리의 행동을 보고 저도 참여하고 싶었어요. 툰베리는 지구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툰베리가 활동하지 않았다면 많은 환경에 관한 논의가 일어나지 않았을 거예요.
젊은이들이 세계 정상들을 향해 실효성 있는 변화와 행동을 요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는 모습은 정말 멋져요. 친구들은 과학과 단결심으로 무장돼 있죠. 이런 친구들에게 툰베리가 큰 역할을 했어요. 우리 둘 다 일인 시위에서 시작했어요. 툰베리가 보여준 용기를 정말 존경해요. 툰베리와 비교되는 건 제게 큰 영광이에요.
영감을 준 또 한 사람이 있어요. 미국 전 부통령이자 환경 운동가 앨 고어. 그가 제작한 영화 ‘불편한 진실’을 보고 그동안 지구를 위한 했던 노력에 감명받았어요.
툰베리의 환경 운동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 어떻게 참가하게 됐나요?
중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시위를 직접 본 적은 없어요. 나중에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됐죠. 인터넷에서 툰베리와 그가 했던 활동에 관해 읽고 나서 참여하고 싶었어요.
인터넷을 몇 시간 검색한 뒤에 툰베리가 활동하는 웹사이트를 찾을 수 있었어요. 활동가의 이름이 사이트에 적혀 있었는데 중국 사람의 이름은 없었어요.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정말 의아했어요. 세계에서 인구와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중국에서 기후 위기에 맞서 싸울 청년이 단 한 명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믿을 수가 없었고 충격받았고 화도 났어요. 그래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에 중국인으로서 반드시 참가하겠다고 다짐했어요. 중국에도 이런 생각하는 청년이 있다고. 누군가는 첫발을 내디뎌야 하고 목소리를 내야죠. 그 사람이 저였고요.
‘30년 후에 과거를 돌아볼 때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지 않고 옳은 일을 하지 않았다고 후회하지 않을까.’ ‘전 세계에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시위하는 환경 운동가가 수백만명이 넘게 있는데 왜 중국에는 기후 행동에 앞장서는 사람이 없는 걸까.’
이렇게 자문해보니 용기가 났어요.
미국과 유럽에 있는 사람에게 연락했어요. 그레타 캠페인에 참여하는 환경 운동가를 알고 있다면 소개해줄 수 있는지 물었어요. 그렇게 연결이 돼서 지난해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서 공식 초청장을 받았어요. 혼자 하기엔 너무 힘들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망설인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희망이 걱정보다 커서 가입했어요. 후회하지 않아요.
환경 운동이 일상생활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2년 전부터 육식을 포기하고 비건으로 살았어요. 물고기를 죽이는 꿈을 꾼 적이 있는데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견딜 수 없었어요. 전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 학대를 반대해요. 이익을 위해 동물을 착취하거나 고문 도살하는 농장의 관행도 반대해요. 그래서 달걀과 우유도 이제 먹지 않아요. 채식이 건강뿐 아니라 환경에도 좋다는 걸 깨달았어요.
채식하기로 한 후 몇 년 고생했어요. 중국에서 육식하며 자랐고 부모님도 허락해주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결국 제 결정을 받아들이셨어요. 제 영향으로 지금은 부모님도 고기를 안 드세요. 친구 몇 명도 채식주의자가 됐어요. 자랑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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