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 다이어트, 몸매, 몸평, 소셜미디어, 살 빼기, 체중, 날씬한 몸
패스트패션 브랜드 브랜디멜빌의 중국 지점 직원들이 매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칭게이워테라 제공
china

요즘 여성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한 다이어트’ 열풍

중국 여성이 신체와 정신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경고: 이 기사는 독자들이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섭식장애를 주제로 다룹니다.

중국 상하이 — 한 여성은 자기 몸을 표주박에 비유했다. 상체는 날씬한데 하체는 뚱뚱하다는 의미다. 이 말의 주인공은 중국 상하이에서 일하는 26세 사무직 종사자 러우원쥔이다. 그는 한때 165cm에 55kg이었다.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했다. 인스타그램 속 다른 여성의 마른 몸매와 비교하면서 자기 몸에 만족하지 않았다.

여성은 50kg을 넘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집에 있을 때부터 체중 감량을 했다. 식사를 하루 두 끼로 줄이고 운동 유튜버 파멜라 레이프를 따라 매일 최대 3시간 운동했다. 또 화장실에 갈 때마다 체중을 확인했다. 체중이 줄 때마다 어머니에게 칭찬을 받았다. 회사 동료에게도 감탄 섞인 말을 들었다. 3개월이 지날 때쯤 50kg까지 뺐다. 그러자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광고

이번에는 2.5kg 감량해 47.5kg를 찍고 싶었다. 그는 VICE에 “여성은 마를수록 좋다”며 “요즘 미의 기준에 맞춰 언제나 더 날씬해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라고 밝혔다.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동아시아 국가 대부분에서는 아직 여성은 말라야 매력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에서 아름다운 여성은 한마디로 ‘피부가 하얗고 어리고 마른 여성’이다.

중국 여성, 다이어트, 몸매, 몸평, 소셜미디어, 살 빼기, 체중, 날씬한 몸

브랜디멜빌의 중국 지점 직원들이 매장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칭게이워테라 제공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어린 소비자들에게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전파하고 있다. 사회적인 부작용은 고려하지도 않고 말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음식과 마른 몸, 다이어트에 관한 자극적인 콘텐츠를 끊임없이 내보낸다. 그러는 동안 여성은 불안과 우울증,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한 섭식장애를 겪는다. 온라인에 깡마른 체형이 좋다는 인식은 팽배하다.

어떤 이들은 이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얼굴은 작고 다리는 비현실적으로 가늘게 만드는 필터를 활용해 셀카(셀프카메라)를 촬영한다. 연예인과 인플루언서는 소셜미디어에서 챌린지에 참여하며 빼빼 마른 신체를 뽐낸다. A4 종이를 자신의 허리에 대거나 빗장뼈(쇄골)가 움푹 들어간 곳에 동전을 얹고 아이가 입는 옷을 입으면서 마름을 뽐낸다.

젊은 여성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 때문에 끊임없이 다이어트 명언이나 팁을 보게 된다. 러우도 “굶주리다가 잠들면 아름다운 삶이 시작된다”나 “체중 하나 조절 못하는 사람이 뭘 해낼 수 있을까?”와 같이 다이어트에 성공한 이들이 전하는 명언을 곱씹는다.

작은 옷에 자기 몸을 맞추는 것도 유행이 됐다. 이런 현상의 중심에는 이탈리아 패스트패션 브랜드 브랜디멜빌(BM)이 있다. 브랜디멜빌은 ‘대부분 사람에게 맞는 하나의 사이즈’를 표어처럼 내세우며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 의류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브랜디멜빌은 평균 체형의 여성이 입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은 옷을 내놓는다.

미국 매체 인사이더에 따르면 브랜디멜빌은 북미권에서도 악명이 자자하다. 경영진 일부가 여성 직원을 몸매로 비난하고 몸매로 근무에 불이익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디멜빌이 중국에 첫 매장을 낸 건 2019년이다. 상하이 중심부에 매장이 들어서자 그 주 토요일에는 오전부터 젊은 여성들로 북적였다. 당시 많은 여성이 매장에서 배꼽 티셔츠를 입고 아동복처럼 작은 복고풍 민소매와 티셔츠를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광고
중국 여성, 다이어트, 몸매, 몸평, 소셜미디어, 살 빼기, 체중, 날씬한 몸

여성들이 상하이의 브랜디멜빌 매장에서 쇼핑하고 있다. 사진: 비올라 저우

그중에는 장쑤성에서 온 25세 여성 리판도 있었다. 그는 소셜미디어 피드에서 브랜디멜빌의 옷을 입은 모델의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날 결국 어떤 옷도 사지 못했다. 몸에 맞는 옷이 없었기 때문이다. 

“옷이 너무 작은 게 아니라 제가 뚱뚱한 거죠.”

리는 그날 충격을 받고 체중을 감량하기로 했다. 그는 “다른 여성이 몸매가 날씬해 동기 부여가 잘 된다”며 “현재 158kg에 50kg이지만 45kg까지 빼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마른 연예인의 신체에 관련된 검색어가 주기적으로 등장한다.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검색어는 ‘딜라바의 허리’나 ‘탕옌의 다리’, ‘쑹쭈얼 허리 대 엉덩이 비율’, ‘지나 임신 7개월’이었다. 마지막 검색어의 주인공 피아니스트 지나 앨리스는 임신 중에도 마른 몸을 유지한 것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중국 여성, 다이어트, 몸매, 몸평, 소셜미디어, 살 빼기, 체중, 날씬한 몸

중국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모여 있다. 사진: 천종치우/ 비주얼차이나/ 게티이미지

유명인도 트렌드를 인지하고 다이어트 비법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한다. 이들은 빵 없이 샌드위치 만드는 방법이나 탄수화물원으로 자몽만 섭취해 10일 만에 3kg을 감량한 경험, 기름종이를 이용해 국수에 떠다니는 기름을 제거하는 방법을 공유한다.

홍콩 중문대 허진보 교수는 “여성이 깡마른 몸을 이상화하고 몸을 상품화하는 데 언론이 큰 역할을 했다”며 “언론과 보건 당국은 아직 상황의 심각성을 모른다”고 우려했다. 허 교수는 홍콩 중문대 선전 캠퍼스에서 신체 이미지와 섭식장애를 연구한다.

그는 마른 몸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풍조는 산업화 때 서구에서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런 흐름은 서구에서 먼저 시작한 뒤 아시아로 건너와 유행했다. 특히 가부장적이고 집단주의 문화를 지닌 사회의 여성은 이런 압박에 더 순응한다.

많은 이들이 지난 10년간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획일화된 아름다움을 따르는 추세다. 어린아이는 물론이고 시골에 거주하는 이들도 이런 기준에 맞춰 몸을 재단한다.

중국 저장성에 사는 21세 대학생 왕이팅도 지난해 소셜미디어에서 브랜디멜빌을 접했다. 다른 이들처럼 자신이 뚱뚱해 보이기 시작했다. 166cm에 50kg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서 저체중을 지니고 있는데도 과체중이라고 인식했다. 여성은 브랜디멜빌의 팬들 사이에서 알려진 체중표에 따라 브랜드의 옷을 입기 위해서는 3kg을 더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

왕은 첫 다이어트를 고등학교 때 시작했다. 당시 중국 여고생 사이에서는 저녁을 굶고 절식하는 ‘디톡스’ 다이어트가 유행했다. 대학생 때는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체중을 재는 마른 여성을 룸메이트로 뒀다. 그중 하나에게 임신한 여성 같다는 지적을 들었다.

왕은 이번 기회에 일일 섭취 칼로리를 800으로 제한해 스스로 더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체중 감량에 대한 압박 때문에 불안이 심해지고 폭식 증세가 때때로 나타났다. 길거리에서 다른 여성을 바라보면서 왜 자신은 저렇게 마를 수 없는 건지 한탄했다.

광고

몇 개월 후 그는 거식증을 진단받았다.

“여성은 마르면 마를수록 좋아요.”

왕은 우울증과 섭식장애로 치료받고 있다. 다른 여성의 마른 다리를 보며 질투심을 느끼는 것을 멈추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그는 VICE에 “현실에선 모두 살을 뺀다”며 “‘하얗고 어리고 마른 여성’을 향한 동경심이 뼈에 새겨졌을 정도”라고 고백했다.

중국인은 요즘 자기 신체에 만족하지 않는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더욱더 그렇다. 2018년 한 연구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의 8~12세 어린이 78%가 신체에 불만이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성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 체중의 남학생은 자신이 말랐다고 생각했지만 평균 체중의 여학생은 스스로 뚱뚱하다고 생각했다.

여대생을 대상으로 시행했던 다른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73%가 지난 6개월 다이어트를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저체중 응답자 중 절반 이상이 살을 더 빼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 여성, 다이어트, 몸매, 몸평, 소셜미디어, 살 빼기, 체중, 날씬한 몸

한 여성이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몸 평가 반대’ 모임에서 눈물을 쏟고 있다. 사진: 엑토르 레타말/ AFP통신 /게티이미지

러우도 다른 여성과 비슷한 길을 걷는다. 47.5kg에 이르자 살을 더 빼고 싶었다. 하지만 엄격한 식단 압박에 오랫동안 시달리다 보니 다이어트 후 폭식증이 찾아왔다. 러우는 간식 앞에서 통제력을 상실했다. 1.1kg짜리 혼합 견과류 한 통을 앉은 자리에서 전부 먹거나 코스트코에서 구매한 20cm 크기의 티라미수를 거의 다 먹은 적도 있다. 

러우는 폭식 후에는 극심한 수치심을 느꼈다. 이후에는 조금이라도 칼로리를 더 소모해야 한다는 생각에 과도한 금식과 운동을 했다. 식단 조절에는 더욱 고삐를 조였다. 

입에 넣는 건 빠짐없이 칼로리를 계산해 다이어트 애플리케이션(앱)에 기록했다. 

그는 어느 날 어머니가 음식에 젤리 두 개를 실수로 더 넣었다는 걸 알고 혼비백산했다. 하나당 10칼로리가 채 안 되는 젤리였다. 지난여름에 46kg가 됐지만 생리도 멈췄다. 건강이 전보다 안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모님에게도 걱정 어린 잔소리도 들었다.

섭식장애는 오랫동안 서구의 질병으로 여겨졌다.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빈이나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레이디 가가가 이 병을 앓는다는 사실을 밝힌 적이 있다. 

하지만 여태껏 중국 유명 연예인이 다이어트가 정신 건강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공개적으로 나서 말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허 교수는 수천명이 섭식장애를 앓고 있고 이런 현실에도 질병을 치료하는 병원은 베이징과 상하이의 2곳뿐이라고 했다.

중국신문주간에 따르면 상하이 정신건강센터의 관련 진료 기록이 2002년 1건에서 2019년 270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환자가 도움받기를 꺼린다. 환자들이 병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또 병에 대한 사회적 낙인도 한몫한다.

광고

폭식증 치료를 받는 25세 여성 장친원은 체중 감량과 섭식장애로 힘들어하는 자신의 모습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내놓았다. 덕분에 섭식장애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졌다. 초등학생뿐 아니라 많은 여성 환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끊임없이 받는다.

지난 6월 상하이에서 섭식장애 환자가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전시회를 열었다. 참가자 중 한 명은 사탕을 그린 유화를 제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걱정 없이 사탕을 먹은 게 언젠지 기억도 안 난다”며 “어린 시절로 돌아가 사탕을 먹고 싶다”고 했다.

중국 여성, 다이어트, 몸매, 몸평, 소셜미디어, 살 빼기, 체중, 날씬한 몸

25세 중국 여성 장친원이 섭식장애를 앓고 있던 3년 전 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 엑토르 레타말/ AFP통신/ 게티이미지

기업들은 이런 현상을 조장한다는 쓴소리를 들었다. 일부는 뒤늦게나마 수습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2019년부터 이미 내부적으로 인스타그램이 소녀들이 인식하는 자신의 신체에 대한 관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섭식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적극적인 조처를 하지 않았다.

유명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시크릿은 천편일률적으로 마른 모델만 고용한다는 비난을 받다가 올해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다양한 신체와 사이즈의 모델을 고용했다. 핀터레스트는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으로는 최초로 다이어트 광고를 금지했다.

페미니스트들은 ‘하얗고 어리고 마른’ 몸을 강요하는 문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국 정상급 여배우는 올 초에 비현실적으로 마른 만화 속 캐릭터의 위험한 자세를 따라 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신중하지 못했다면서 사과해야 했다. 한 영화 제작진은 마른 여성만 등장하는 영화 포스터를 내세운 일로 거센 비난을 들었다. 스탠드업 코미디쇼 ‘더로스터’의 쌍둥이 코미디언 옌이와 옌웨는 브랜디멜빌을 풍자했다. 문에 작은 전기 울타리를 둘러 평범한 사람은 못 들어오게 하는 편이 낫겠다고 비꼬았다.

하지만 아직 미디어에서는 마른 여성이 대세다. 중국에서 브랜디멜빌의 인기도 여전하다. 지난 5월에도 브랜디멜빌이 베이징에 새로운 매장을 냈을 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중국인들은 브랜디멜빌 취업을 훈장처럼 여긴다. 직원들은 대부분 하얗고 어리고 말랐다. 이들은 가게에서 일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에 뽐내며 인플루언서임을 자처한다.

러우는 지난해 말에 폭식을 가까스로 멈췄다. 브랜디멜빌의 콘텐츠는 섭식장애로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살을 빼는 것뿐 아니라 살을 빼야 한다는 강박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모두가 알고 있어요.”

러우는 이제 더는 매일 체중을 재지 않는다. 칼로리를 계산하는 앱도 삭제했다. 소셜미디어에 폭식증 환자였다고 적어두고 다시는 다이어트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미용업계와 생활에 스며든 다이어트 문화에 맞서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여성은 체형으로 자신을 판단해요. 매일 이 덫에 빠져드는 여성이 있어요.”

Viola Zh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