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IMALS

반려견은 당신의 속마음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개는 사람의 장난과 실수를 구분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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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한 마리가 입을 벌리고 있다. 사진: 이매뉴얼 메이버그

세상 그 누구도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데 반려견이 헤아려준다고 느낀 적이 있을지 모른다. 이 말을 반려견과 소통 경험이 없는 사람이 듣는다면 말도 안 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개가 실제로 사람의 속마음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 연구진은 최초로 개가 인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실험했다. 이 실험을 통해 개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는지도 추가로 알아보려고 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9월 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에 게재한 논문을 통해 “개가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면 인간 곁에 살면서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역사과학연구소의 개 연구 단장이자 연구를 주도한 율리아네 브라우어는 동물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지 밝히는 중대한 연구라고 전했다. 

브라우어는 “이 문제는 비교 심리학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우리 연구는 동물과 인간을 비교해 마음을 읽는 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개를 대상으로 ‘할 의지가 없음 vs 할 수 없음’ 방식으로 비교 실험을 수행했다. 일부러 간식을 안 주는(할 의지가 없음) 상황과 줄 수 없는(할 수 없음) 상황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동물이 인간의 행동을 보고 의도를 분간할 수 있는지 알아봤다.

연구진은 실험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했다. 사람과 개 사이에 투명 가림막을 뒀다. 실험에는 다양한 종과 나이의 개 51마리(암컷 27마리, 수컷 24마리)를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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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자가 개와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 서로 바라보고 있다. 사진: 요제파 에르라허

먼저 ‘할 의지가 없음’ 시나리오에서는 실험자가 가림막 사이 틈새로 간식을 제공하는 척하다가 손을 빼면서 ‘하하’라고 했다. 또 개가 볼 수 있지만 안 닿는 곳에 간식을 뒀다.

‘할 수 없음’ 시나리오에서는 두 가지 상황을 조성했다.

첫 번째 ‘서툴러서 할 수 없음’ 시나리오에서는 실험자가 가림막 사이로 개에게 간식을 주려고 하다가 실수로 다른 곳에 떨어뜨리는 척을 하면서 ‘아이고’라고 했다. 

두 번째 ‘막혀서 할 수 없음’ 시나리오에서 실험자가 개에게 간식을 주려고 노력하지만 가림막이 완전히 막혀 있기 때문에 줄 수가 없는 척을 하면서 ‘아’라고 했다.

개는 실험자의 행동이 의도적인지 아닌지에 따라 확연히 다른 행동을 보였다.

‘할 의지가 없음’ 시나리오에서 개는 가림막을 돌아 간식을 받으려고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전에 훨씬 오래 기다렸다. 또 사람 앞에 앉거나 꼬리를 흔들었다. 이런 행동을 보여주면 사람이 간식을 다시 줄지 모른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브라우어는 “개들은 착하게 굴면서 실험자가 마음을 바꾸길 기대했다”고 설명했다.

또 개들은 ‘서툴러서 할 수 없음’ 시나리오에서는 ‘막혀서 할 수 없음’ 시나리오에서보다 오래 기다렸다. 개들은 가림막이 완전히 막혀있을 경우 간식을 먹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해하고 서둘러 가림막을 돌아 간식을 주는 사람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 연구만으로 개가 인간의 마음을 읽는다거나 인간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완전히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행동이 다르지만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어서다.

이들은 “독특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실제로 개가 인간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인지 학습으로 습득해서인지 알기 위해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도 이 연구 결과는 개가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에 있어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는 행동의 의도를 인지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의미 있는 초기 증거”라고 덧붙였다.

이 실험은 또 다른 사실도 증명했다. 개들이 인간의 행동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거다.

브라우어는 “꽤 비슷한 세 가지 상황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만 봐도 개들이 굉장히 예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 섬세함이 개들을 특별하게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