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없이 노숙자로 떠돌던 한 남성이 최근 자가격리 규정을 위반한 혐의로 징역 7주형을 받았다.
싱가포르 남성 로즈만 압둘 라만은 올 초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로 귀국 뒤 집에 머무르란 당국의 명령을 어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일 징역 7주형을 받았다. 당시 모든 싱가포르인은 귀국 뒤 14일 동안 자가격리해야 했다.
라만도 귀국 후 자가격리 안내를 받았다. 또 이복남매 주소를 자가격리할 장소로 신고했다. 하지만 실제 13일을 차와 길에서 보냈다.
나중에서야 이복형제와 절연한 지 오래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라만은 자가격리에 대해 알리지 않은 채 한 회사의 보안 요원으로 거의 매일 밤 일했다. 담당자가 귀국 후 2주가 될 무렵 주소로 찾아가면서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게 탄로 났다.
검사 측은 “13일 위반은 유례없는 일”이라며 “타인을 위험에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무료로 변론을 맡은 변호인단은 “라만이 생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했다”며 “실제 그는 전화 요금을 낼 돈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또 “머무를 수 있는 집도 없었다”며 “부인과 함께 살던 아파트가 이혼 후에 부인 소유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사건은 잔혹한 운명의 장난”이라며 “밖으로 나가고 싶어 나가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사람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당국은 라만이 머무를 장소가 없다는 걸 미리 알렸어야 한다고 반론했다. 그는 자신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오는 16일까지 항소할 수 있다.
라만은 체포된 뒤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현재 노숙자 쉼터에서 머무른다.
싱가포르는 코로나19를 명분으로 약자에 무자비한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이주노동자에게 더욱더 가혹하다. 많은 이주노동자가 코로나19가 시작되고 1년 넘게 직장만 왕래하며 기숙사에 갇혀 있다. 규제는 최근이 돼서야 다소 완화됐다.
싱가포르에서 자가격리를 위반한 혐의로 벌금이나 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은 수십 명이다. 예컨대 한 남성은 슈퍼마켓에 가다가, 한 여성은 버블티를 사러 가다가 처벌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