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림 배우,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중 이유나. 사진: 영화사조아/트리플픽쳐스 제공
Culture

‘드라이브 마이 카’ 박유림이 전하는 말보다 중요한 마음

박유림은 영화를 한 단어로 요약하면 ‘사랑’이라고 말했다.

세계 영화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올해 가장 주목받은 아시아 영화는 단연 일본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였다. 예상대로 영화는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일본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도 올랐고 감독상과 각색상 후보로도 이름을 남겼다.

영화는 아내와 사별한 연출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전속 운전사 ‘미사키’(미우라 토코)와 만나 회복해가는 내용이다.

박유림 배우,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중 가후쿠와 그의 전속 운전사 미사키. 사진: 영화사조아/트리플픽쳐스 제공

일본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여자 없는 남자들’ 속 단편소설을 각색한 영화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도 각본상을 받으면서 수상 행진을 이어가던 중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에서도 관객수 7만명을 넘기며 흥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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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렇게 호평을 받는 일본 영화의 중요한 장면마다 등장하는 한국 배우가 있다. 바로 감독이 아카데미에서 수상 소감을 말할 때도 고마움을 표현했던 박유림 배우다. 박유림 배우는 장애 때문에 수어로 마음을 전하는 연극배우 ‘이유나’ 역할을 맡았다.

VICE는 최근 박유림 배우와 ‘드라이브 마이 카’를 두고 대화를 나눴다.

VICE: 영화가 큰 관심을 받았어요. 어떠세요?
박유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요.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정말 꿈 같아요. 처음에는 어떻게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지금은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니까 충분히 좋아하고 소리 지르고 친구한테 자랑도 하고 있어요.

영화가 상을 받을 거라고 예상을 했나요?
실제 수상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어요. 많은 분이 좋아하실 거라고는 생각했어요. 개인적으로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거든요. 그래서 다른 분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살다 보면 이유 없이 느낌만으로 ‘이거다!’하는 게 있잖아요. 대본을 읽으면서 평소 놓쳤던 마음이 살아났어요. 촬영하면서 위로도 많이 받았고요. 무엇보다 이 영화나 대본을 볼 때마다 새로운 생각이나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작업은 어땠나요?
영화에서 연출가가 배우랑 했던 것처럼 감정을 넣지 않고 대본 리딩을 반복했어요. 막상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특별히 ‘어떻게 해주세요’라고 따로 말씀해주시지 않았어요. ‘현장에서 느끼는 대로 하면 된다’고 하셔서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했습니다.

‘안에 있는 걸 소중히 하라’고 하셨다면서요?
수어 연기를 하다 보면 여러 고민이 들기도 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이런 고민이나 누군가의 말 때문에 안에서 나오는 걸 혹시나 잃을까 봐 그런 말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행동을 소중히 여기고 그걸 믿으라는 의미로 말씀해주셨어요.

연기할 때 중점을 뒀던 부분은 무엇인가요?
단지 수어를 정확히 하는 것과 상황에 집중했어요. ‘연기를 어떻게 해야겠다’ ‘수어를 어떻게 해야겠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렇게 미리 모두 정해버리면 카메라 앞에 섰을 때 감독님과 약속했던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수어 연기는 다른 연기와 어떻게 달랐나요?
특별한 차이를 느끼진 않았어요. 다른 언어를 배운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상대를 더 보게 돼요. 어떤 표정을 짓는지, 목소리를 내는지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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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림 배우,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중​ 이유나 역할을 맡은 배우 박유림. 사진: 영화사조아/트리플픽쳐스 제공

말 못해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요?
영화 밖에서도 (다른 언어를 쓰는 외국 배우들이 많아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니까 시각적으로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언어가 통하지 않는데도 더 많이 느꼈어요. 제스처나 표정, 기분, 목소리와 어조. 그동안 놓쳤던 것에 더 집중할 수 있었어요.

촬영 전후로 소통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나요?
촬영 초기에는 일본어나 영어를 잘 못하니까 소통할 때 의기소침해 있었어요. 그런데 촬영에 막상 들어가면서 ‘언어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구나’라고 느꼈어요. 사람들이 서로의 언어를 알지 못하니까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소통에 언어가 얼마큼 중요하다고 느끼나요?
물론 중요하겠죠. 깊은 대화를 위해서는요.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마음인 것 같아요. 상대와 얘기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귀 기울이게 되고 어떻게 해서든 전하려고 해요.

박유림 배우,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아카데미 시상식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 중​ 이유나 역할을 맡은 배우 박유림. 사진: 영화사조아/트리플픽쳐스 제공

촬영 전후로 바뀐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스스로 묻게 되더라고요. ‘상대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살아왔는지’ ‘상대 얘기를 얼마만큼 듣는지’ ‘나 자신을 얼마나 아는지’ ‘나를 진짜 알고 싶어 하는지’. 영화 속에서 그런 대사가 나오잖아요. 누군가를 알기 전에 날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요.

“누군가를 알기 전에 날 먼저 이해해야 한다.”

영화가 배우 본인한테는 어떤 의미인가요?
촬영 전에는 너무 재미없는 삶을 살았어요. 오디션을 보면서 연기에 굉장히 생각이 많았고 우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죠. 어떤 분이 저한테 해주신 얘기가 있어요. 그 시기를 ‘터널’이라고 비유하시더라고요. 그 터널이 지나면 끝에는 햇빛이 비출 거라고요.

‘드라이브 마이 카’가 그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도록 용기를 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살면서 터널에 들어갈 때마다 이 작품을 계속 찾게 될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용기, 힘을 줄 것 같거든요. 영화에서 ‘그래도 살아야 한다’고 하잖아요.

촬영할 때 가장 좋았던 건 무엇이었나요?
‘우리’라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어요.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연기자와 제작진)가 함께 한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소속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그 점이 가장 행복하고 좋았어요. 스태프분들도 제가 한국인이니까 한국어로 대화하려고 하셨어요. 발음이 안 돼도 한국어로 아침 인사를 하려고 노력하셨어요. 그건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잖아요.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와 상대의 언어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잖아요.”

이 영화를 한 단어로 영화를 소개하신다면?
‘사랑’이라는 단어밖에 없는 거 같아요. 위로도 상대에 관심이 있어야 하는 거니까요.

Junhyup K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