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의 스타벅스 커피숍을 모두 가본다.’
이 한 가지 목표를 품고 22년간 세계 곳곳을 유랑한 47세 남성이 있다. 이름은 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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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는 한국의 스타벅스도 와봤다.
기자는 최근 윈터의 스타벅스 유랑기를 동행했다. 우리는 호주 시드니의 한 스타벅스까지 수백 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 차를 세워뒀다. 해가 지고 있었다. 윈터는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스타벅스의 위치를 찾던 중이었다. 기온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윈터가 다음 스타벅스를 찾기 전까지 마지막 인터뷰를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윈터의 이야기를 듣고 스타벅스 유랑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그럴 때마다 말해주고 싶다. 사람들이 정한 목표, 사람들이 하는 어떤 것도 무의미하지 않다고.
미국에서 대서양을 따라 48시간을 운전할 때였다. 우리는 밥을 먹거나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위해 가끔씩 멈췄다. 그때가 윈터에게 질문할 기회였다. 윈터는 당시 아칸소주의 스타벅스 직원과 통화했다. 영업을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전화로 확인이 끝나면 스타벅스 3만여곳의 정보가 담긴 지도에 손으로 새로운 정보를 표시했다.
인터뷰 중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스타벅스의 디자인에서부터 요리에 대한 열정, 어머니의 치매 증상, 윈터와 2년간 스타벅스 유랑을 함께한 전 여자친구 이야기까지. 대부분 질문만 하고 윈터가 말하게 놔뒀다.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주의 깊게 들어봤다.
윈터는 1997년부터 차를 끌고 55개국 스타벅스 매장 1만5000곳을 다녔다. 장시간 운전하는 일이 얼마나 고된지 들려줬다. 일리노이주에 있을 때 북극에서 오는 차디찬 소용돌이를 밤새도록 견뎠던 이야기도 털어놨다. 플로리다주에 있을 때 새벽 2시에 경찰한테 체포된 이야기도 풀어줬다. 당시 경찰이 주변 강도를 검거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하루는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었는지 물어봤다.
윈터는 듣자마자 “전혀”라고 단언했다. 확신이 찬 모습이었다. 대답을 듣고 한동안 생각에 빠졌다. 난 삶은 모순덩어리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삶을 살면서도 모든 것을 의심했다. 다른 도시로 가야 할까? 진로를 바꿔볼까? 맞는 길을 가는 건가? 제대로 된 삶을 사는 건가? 하지만 윈터는 그런 생각을 전혀 안 했다.
윈터와 3일 정도 대화했을 때 한 가지가 분명해졌다. 윈터는 단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비슷한 방식으로 알파벳 ‘브이(V)’를 대신 ‘더블유(W)’를 사용하는 개인적인 미션도 하고 있었다. 또 주유기의 번호와 동일한 양의 기름만 채운다는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예를 들어 주유기 6번에서 받으면 6달러(약 7000원)치 양만.
윈터는 삶의 모든 정해진 관습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일이나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만큼 다른 가치를 같은 무게로 추구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다고. 흥미롭게도 윈터에게 삶의 무의미를 깨닫는 일은 ‘실존적 공포’가 아니라 ‘실질적 자유’로 다가왔다.
윈터는 지난여름까지 스타벅스 매장 1만5000곳을 방문했다. 지구상 스타벅스 매장의 절반을 가본 셈이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끊임없는 확장으로 목표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윈터는 그래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미션을 다 이루면 모든 것이 허무해질 수 있어서라고 한다. 윈터에게 이 일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이룰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실 스타벅스를 찾는 일은 우리 삶의 추상적인 목표를 추구하는 일과 비슷하다. ‘행복 찾기’와 ‘개인적인 성취’처럼 말이다. 성취감은 때론 사람들을 공황에 빠뜨릴 수 있다. 누구나 한 번씩 뭔가 이룬 뒤 공허한 감정을 느끼는 것처럼. 그래서 누구나 불가능에 가까운 꿈 하나씩 필요한 것 아닐까. 윈터에게는 그게 스타벅스일 뿐이다.
본 기사의 출처는 VICE CA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