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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북부 노이뮌스터에 위치한 대마 재배 시설 내부. 사진: 피터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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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대 대마 시장이 될 독일의 대마 재배 시설 방문기

독일은 오락용 대마를 합법화해 시장을 양성화하려고 한다.
SL
translated by Sowon Lee
KR

독일 노이뮌스터 – 독일 노이뮌스터에는 가시철조망 담장과 두께 24cm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특급 보안 시설을 갖춘 건물이 있다. 이 건물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대마 기업 틸레이가 운영하는 대형 대마 재배 시설이 있다. 이 시설은 독일 의약품관리청과 계약을 맺고 매년 의료용 대마 1.1t을 생산하고 있다.

VICE가 최근 이곳에 방문하자 독일 연구원 토르스텐 콜리슈는 “잠시 기다려보라”며 미소 지었다. 그리고 버튼을 눌러 실험실 문을 열었다. 실험실에는 최신 장비가 있었다. 식물의 성장을 극대화하려고 사용하던 자외선(UV)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콜리슈는 “환각제를 들이킨 기분이 들 것”이라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창문 블라인드가 올라가자 기이한 풍경이 보였다. 정말 환각제 효과를 겪는 것 같았다. 우뚝 자란 대마가 진보라빛을 띠고 있었다. 자주빛과 연보라빛을 띠기도 했다. 동시에 대마의 진한 향이 코를 찔렀다. 콜리슈는 “저쪽을 봤다가 뒤를 돌아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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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올 때만 해도 흰색이었던 복도가 초록빛으로 바뀌었다. 다시 실험실을 보니 일렬로 늘어선 초록색 대마를 제외하고 전부 순백의 흰색이었다. 콜리슈는 “우리 눈이 실험실의 특수 조명에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7월 독일 최초로 합법적인 의료용 대마를 수확한 이 공장의 총괄 관리자로 일하고 있었다.

독일의 대마 산업은 최근 합법과 불법을 막론하고 급격히 변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지난해 11월 연정협약서에서 오락용 대마 판매 합법화에 동의했다. 합법화를 통해 대마의 질과 양을 관리·감독하고 미성년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었다. 연정협약서에는 법의 사회적 효과를 4년 후 재평가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 정보 외에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건 없었다. 누가, 어떤 조건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가공·판매할 수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독일에서 재배한 대마만 판매되는 건지, 포르투갈에서 재배한 꽃봉오리가 수입될지, 포장과 제형은 어떤 식이어야 하는지, 액체형의 대마가 담긴 병인지 젤리 형태일 것인지, 아직 아무것도 알려진 것이 없었다. ‘그린러시’라고 불릴 만큼 합법화 지역에 자본이 몰리고 있는 지금은 그 무엇도 가능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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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북부 노이뮌스터에 위치한 대마 재배 시설 내부. 사진: 틸레이 제공

전문가들은 독일의 대마 산업이 머지않아 수조원대 규모로 성장할 거라고 전망했다.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거라는 의미다. 독일 하인리히하이네대 경제학자 유스투스 하우카프는 지난해 11월 한 연구에서 독일의 연간 수요가 400t에 달할 거로 추정했다. 평균 1g당 8파운드(약 1만3000원)에 팔린다고 가정하면 시장은 33억파운드(약 5조3600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또 일자리가 약 2만7000개 만들어질 예정이다.

여러 기업은 장차 거대해질 대마 산업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틸레이를 비롯해 캐나다 대마 업체 오로라 칸나비스와 독일 대마 업체 데메칸은 이미 내수용 의료용 대마를 생산하고 있다. 데메칸은 VICE에 “성장 기회가 생겨 매우 기쁘다”며 “드레스덴 근처 재배 시설에서 생산량을 신속히 늘릴 수 있다”고 전했다.

뮌헨에 위치한 대마 기업 신바이오틱은 “오락용 대마 제품을 시장에 속히 내놓겠다”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타일의 커피숍을 개업하려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를린의 의료용 대마 기업 칸투라게는 “이후 투자자 관심이 폭증했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의 유통사 칸사티바는 “대마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독일대마산업협회의 이사 위르겐 노이마이어는 단체의 의료용 대마 기업 50개 대부분이 “오락용 대마에도 관심이 상당하다”며 “매일 허가 문의를 20~40개 받는다”고 전했다. 이어 “(정부의) 협약을 환영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모르는 게 많다”며 “향후 몇 년간 현장이 잘 운영되도록 정치적인 과정에 도움을 주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새로운 변화가 현장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는 1~2년이 걸릴 거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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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마이어는 독일 오락용 대마 산업의 비전을 설명하면서 앞으로 소비자들이 상점이나 약국 등 허가된 장소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마 생산이 여전히 불법인 네덜란드와 달리 생산과 판매도 허용돼야 한다”며 “합리적인 광고 정책이 필요하고 수출입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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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연구원이 대마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틸레이 제공

대마 합법화 지지론자는 합법화가 암시장을 줄여 대마의 품질을 높일 거라고 주장한다. 또 경찰력이 낭비되는 것을 막고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론자는 사람들이 대마를 거쳐 더 강력한 약물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애초에 접근하지 않을 사람들에게 대마 사용을 장려하고 암시장도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13년 오락용 대마를 최초로 합법화한 우루과이와 캐나다,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합법화에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고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진단한다.

미국 투자 회사 시드 이노베이션의 애널리스트 알프레도 파스콸은 “독일에서 변화는 이미 시작됐지만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캐나다는 의료용 재배업자들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게 했지만, 네덜란드는 의료용과 오락용 대마 재배를 철저히 분리했다”며 “독일은 어떻게 될지 불투명한데 이 결과에 따라 영향이 천지 차이”라고 봤다.

암시장의 운명도 이 결정에 달려 있다. 독일은 오락용 대마의 판매와 재배를 금지한다. 개인적인 용도로 소량 소지하는 건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부분적으로 비범죄화됐다. 예를 들어, 베를린에서 대마 15g 이하 소지자에 대한 처벌은 검사의 재량에 달려 있다. 하지만 이와 달리 다른 지역 대부분에서는 이 기준이 10g 또는 6g으로 훨씬 낮다. 밀매자들은 합법화로 다소 들떴지만 장기적으로 사업에 영향을 받을까 봐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안드레는 베를린에서 2015년부터 마약을 밀매했다. 그는 VICE에 “손님들이 합법화 덕분에 좀 더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며 “대마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지만 정부가 우리를 더욱 강력히 단속하는 명분이 될 수 있어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베를린에 사는 28세 뮤지션 콘스탄틴은 매일 액상형 대마를 피운다. 그는 “대마의 품질이 올라가고 대마에 관한 정보가 더욱 투명해지기를 기대한다”며 “합법화로 제품의 순도가 오르고 어떤 품종을 쓰는지 알게 되니 좋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콘스탄틴은 캘리포니아 모델이 좋다고 생각한다. 오락용 대마 이용자가 대마 구매를 위해 명부를 등록해야 하는 정책에는 강하게 반대한다. 하지만 오락용 대마 합법화로 이제는 마음 놓고 대마를 구매해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다고 전했다. “원래는 항상 마음이 불안했는데 대마초를 피우고 나서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어요.” 콘스탄틴은 운동 중 부상 때문에 겪는 허리 통증을 치료할 목적으로도 대마를 쓴다.

독일 보건부 대변인은 VICE에 “허가받은 상점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오락용 대마를 판매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오락용 대마 지지자들은 독일에서 의료용 대마의 성공을 좋은 징조라고 해석한다. 독일의 의료용 대마 시장은 현재 유럽 전체에서 규모가 가장 크고 수익성도 가장 좋다. 시장 규모는 2028년까지 77억유로(약 10조45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캐나다의 인구는 3800만명으로 독일의 인구 8300만명과 비교하면 절반이 안 된다. 하지만 캐나다에서 오락용 대마가 2018년 합법화된 후에 시장 규모는 이미 20억유로(약 2조7000억원)를 넘어섰다. 세계적으로도 대마 합법화의 거센 물결이 몰아치고 있다. 멕시코말타, 레바논, 룩셈부르크도 대마 합법화를 이미 했거나 곧 할 예정이다.

틸레이가 운영하는 대마 재배 시설로 돌아가 보자. 독일에서도 오락용 대마에 관한 기대가 치솟으면서 연구진은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합법화로 열릴 새로운 대마 시대에 앞서 시험을 통해 습도나 비료, 조명을 최적화하고 생산량을 높이려고 한다.

틸레이 유럽 지사의 이사 사샤 미엘카레크는 “규모를 늘리는 건 쉽게 가능하다”며 “전문성과 혁신을 토대로 세계 최고 품질의 대마를 공급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