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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환자들이 말하는 주어진 일을 끝까지 해내는 방법

조언1: 두 다리를 공중에 들고 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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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 환자가 몰입하는 건 굉장히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사진: 야스미나 H, 언스플래시

집중력을 유지하는 건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유독 애를 먹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 환자들이다. 미국 의상 디자이너 엘리타 레인은 “머릿속이 TV 채널을 계속 돌릴 때와 비슷하다”고 고백했다. 그는 어떤 활동을 시작하면 보통 곧바로 집중력을 잃고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이메일을 보내는 상황으로 예시를 들었다. 먼저 이메일을 보내려고 하다가 수신자의 이메일 주소를 모른다는 걸 알게 된다. 주소가 적힌 다이렉트 메시지(DM)를 찾으려고 인스타그램을 연다. 그러다가 피드에서 옷 광고를 본다. 옷 가게 계정에 들어가 20분간 옷을 구경한다. 그런 다음 이메일을 쓰려고 돌아간다. 적절한 단어를 고민하다가 인터넷 창을 정리한다.

레인은 “정말 모든 일이 이런 식”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거의 매일 양치질을 하다가 해야 하는 다른 일이 떠올라 입에 칫솔을 문 채로 다른 업무를 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레인은 자신이 이런 일을 겪는 문제의 근본 원인이 ADHD에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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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는 계획과 집중, 실행을 관장하는 두뇌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질환이다. 미국 기준 어린이 11%, 성인 5%가 앓는다. 미국국립정신보건원(NIMH)에 따르면 집중력 결여와 과잉 행동, 충동성이 특징이다. 일과 인간관계, 자존감에 영향을 끼친다.

미국 자영업자 베어드 잰드도 마찬가지로 ADHD 환자라 집중력 문제로 혼란을 겪는다. 가끔 아예 의식이 희미한 것 같은 느낌도 받는다. 그는 “의식이 아주 약한 것처럼 느껴진다”며 “의식을 단단히 붙잡을 수 있는 정보를 찾으려고 애쓴다”고 말했다.

가끔은 두뇌가 너무 빨리 도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글과 단어를 나도 모르게 건너뛰면서 읽어 문장을 여러 번 읽어야 한다”며 “글을 읽는 것 자체가 고역”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해력도 매우 떨어진다. 같은 문장을 여러 번 반복해 읽는다. 

하지만 잰드는 ADHD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아직 잘 모르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몽롱한 상태를 경험하지 않고 ‘과다 집중’이라고 불리는 상태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럴 땐 특정 주제나 업무에 몇 시간 동안 식음과 용변도 멈추고 집중할 수 있다. 그는 “ADHD 환자가 몰입하는 건 굉장히 어렵지만 불가능하진 않다”고 설명했다.

ADHD 환자를 위한 약과 치료법이 있다. 하지만 다수는 유용한 방법을 스스로 연마했다. 이들이 집중력을 높이고 일을 마무리할 때 유용하게 써먹은 팁을 공유했다.

쉽거나 재밌는 일 먼저 하기

미국 콘텐츠 창작자 코너 더울프는 ADHD 환자로서 집중하는 일은 마치 주어진 업무에서 흥미로운 부분을 찾는 게임 같다고 설명했다. 또 절박한 심정으로 주의를 붙잡을 만한 자극을 찾으려고 애쓰는 과정 같다고 했다. 또 다른 미국 사업가 로라 플릭은 가장 쉬운 일을 먼저 하면 일에 속도가 붙으면서 어려운 일까지 금방 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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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쉬운 일이 따분한 일이라면? 잰드는 가장 쉬운 일을 먼저 하는 게 도움이 안 된다면 재미있고 신나는 일을 먼저 하라고 조언한다. 그는 “무언가를 읽어야 한다면 보통 개인적으로 가장 재밌을 것 같은 장이나 부분부터 먼저 읽는다”고 밝혔다.

할 일 항상 눈에 보이게 하기

레인은 “ADHD 환자는 눈에 안 보이는 걸 기억할 때 어려움을 자주 겪는다”며 “알림을 설정하거나 할 일이 담긴 목록을 보이게 하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그는 휴대폰 화면을 볼 때마다 보이는 위젯(도구모음)에 기억해야 할 모든 걸 적어둔다. 또 할 일이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책상에 둔 화이트보드에도 적어둔다. 레인은 “개인적으로 가장 효과가 있던 방법”이라며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플래너의 경우엔 열어보는 것 자체를 잊어버려서 나한테는 효과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플릭도 모든 과제를 눈으로 확인할 때 실제 해내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생각한다. 일간, 주간, 월간 계획이 담긴 엑셀 문서를 만들어 게임을 하듯이 체크하며 관리한다.

할 일을 적어서 목록 만들기

무엇이든 생각을 적어두는 건 도움이 된다. 나중에 보고 기억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더 중요한 건 당장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멈추고 다른 일에 집중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플릭은 “메모하는 습관이 있으면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할 때 좋다”고 설명했다.

다리 공중에 들어 올리고 털기

비정상적인 초조함이나 불안감이 업무 시작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장애물일 때도 있다.

잰드는 그럴 때 과잉 에너지를 신체 밖으로 빼내기 위해 신체 활동을 한다. 그는 “심신이 편해질 때까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공중에 올리고 턴다”고 말했다. 이 방법이 맞지 않다면 다른 운동이나 반려견과 함께 하는 산책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17 법칙’을 상황에 적용하기

레인은 집중력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17 법칙’을 추천했다.

“청소를 해야 한다면 물건 17개를 치우는 거예요. 계속 숫자를 세기가 헷갈릴 수 있고 이미 속도가 붙어서 계속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요. 공부할 땐 분량별로 숫자를 매긴 다음에 한 번에 특정 개수만큼 공부한다고 정하고 그때까지 멈추지 않고 계속 하는 거죠. 개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숫자는 17이에요. 이유는 몰라도 저한텐 효과가 좋거든요.”

여러 일정을 붙여서 계획하기

레인은 “ADHD 환자 중 일부는 오후에 약속이 있으면 시간 개념이 사라져 종일 기다리면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흔히 ‘ADHD 대기 모드’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레인은 이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정을 연달아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면 사이사이에 남는 시간이 줄면서 ‘대기 모드’ 시간도 함께 줄기 때문이다.

보너스: 완수에 집착하지 않기

사실 대부분은 ADHD 증상을 겪고 있더라도 업무에 매일같이 어려움을 겪진 않는다. 가끔은 집중해서 일할 때 문제가 없다. 하지만 때론 사소한 일에도 몸이 굳는다.

플릭은 “힘든 날엔 정처 없이 달리는 것 같다”며 “그럴 땐 소파에 앉아 있는 대신에 할 일을 계속 되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는 이런 상황이 닥치면 스스로 게으르다고 꾸짖으면서 어서 일어나서 실천하라고 다그치곤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이제는 자기 자신을 연민하는 방법을 안다. 

“제 뇌가 남들과는 다르고 여기에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어요. 그렇게 받아들이고 나니까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지고 제 자신을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됐어요.”

그는 “경험상 자기 비난이나 강요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들 뿐”이라고 강조했다.

Romano San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