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게 가려 쉽게 볼 수 없었던 북한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

viata in coreea de nord, dictatura

인물 사진은 북한에서 강력한 도구다.

북한 전국의 거리와 대중교통, 박물관, 호텔 벽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끊임없이 상기하는 인물 사진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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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사진작가 스테판 글래디외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인물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북한으로 갔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세 차례 북한에 가서 주민들의 모습을 담았다.

글래디외 작가는 북한 지도자에게 쏠린 스포트라이트를 평범한 주민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그렇게 현지에서 촬영한 사진이 담긴 책 ‘노스 코리아(North Korea)’를 출판했다. 최근 북한에 가서 어떤 걸 느끼고 봤는지 글래디외 작가에게 직접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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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CE: 왜 북한이었나요?

스테판 글래디외: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북한이란 나라에 흥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정말 왜 관심이 있는진 몰랐어요. 북한은 인구가 2500만명 정도의 작은 나라일 뿐이잖아요. 가장 큰 목표는 왜 북한이 많은 사람의 흥미를 끄는 곳인지 알아보는 것이었어요. 알려지지 않은 나라를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어요.

보통 사람들을 조명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언론이 북한에 관해 얘기할 때 흔히 3대 세습하는 지도자를 얘기하잖아요. 또 북한의 도발이나 핵을 말하곤 하죠. 언론이 북한 주민들을 얘기한 적이 있나요?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했습니다. 어떤 일상생활을 살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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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신청할 때 사진 찍는다고 말했나요?

처음에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었습니다. 이념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라는 걸 염두에 둬야 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은 사진 작업에 놀라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북한의 풍경을 촬영하지 않는다는 걸 분명히 밝혔었죠. 북한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고 얘기했어요. 또 저널리즘 목적이 아니라 순수하게 예술 목적으로 사진을 촬영할 거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서 촬영 시 어떤 제약이 있었나요?

첫 번째 제약은 항상 누군가와 함께해야 했다는 거예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데리러 온 안내원이 있었습니다. 차에 같이 탔고 호텔에도 함께 갔습니다. 15일 동안 뭘 하게 될 건지 구체적인 일정이 담긴 일정표를 받았습니다. 안내원은 일정표대로 모든 장소에 동행했습니다. 가는 장소와 하는 활동, 식사하는 장소까지 모두 정해져 있었습니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가야 할 장소를 알고 있었습니다. 이건 동시에 제가 찍을 사진을 모두 미리 알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든 계획이 짜여 있는 상황에서 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온 사진작가에겐 큰 제약이었습니다.

두 번째 제약은 북한에는 우리가 아는 인물 사진 아이코노그래피(도상학)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아이코노그래피는 프로파간다(선전)이고 지도자의 인물 사진을 의미합니다. 또 석회 그림인 프레스코화도 모두 체제와 정권, 지도자의 영광을 표현합니다. 모든 것들이 강박에 가까운 엄격한 규율 아래 만들어집니다. 또 평범한 개인의 인물 사진은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개인은 공동체 속에서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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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통해 북한 정권을 비판하고 싶었나요?

어떤 사람들은 제가 북한 정권의 압제와 사람들의 배고픔을 사진에 담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두 가지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첫째 사람들은 북한 정부가 정말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거라고 생각하는지. 아시다시피 북한은 전체주의 독재 국가입니다. 아무도 그렇게 하도록 내두지 않을 겁니다. 둘째 제가 정말 북한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북한의 체제는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프로젝트로 북한에 대한 편견이 바뀌었나요?

프로젝트를 하면서 확인한 건 독재가 얼마나 상상도 안 되는 체제이냐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 다녀온 뒤로 정권의 압제와 옥죄기가 일어난다고 더욱더 확신하게 됐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주민들이 행복한 모습으로 일요일 소풍을 즐기거나 놀이공원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에게서 스트레스도 느꼈습니다. 다른 독재 정권에서처럼 정권에 대한 두려움에서 스트레스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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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들은 서구 세계를 어떻게 보나요?

북한 주민이 서구 세계를 보는 관점은 우리의 관점과 다릅니다. 우린 북한이 추구하는 가치에 반감을 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우릴 두려워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서구 세계를 향해 문을 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몇 년간 북한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세련된 옷차림이 등장했을 뿐 아니라 전기 자전거도 나왔습니다.

북한 사회는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빨리 바뀝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촬영한 사진 속의 북한 사회는 10년 뒤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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