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은 평범한 사람이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월세 내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고 식사할 때 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동할 땐 특실에서 편히 갈 수 있다. 혹은 개인 기사의 차를 타고 다닌다. 그래도 사람이라면 걱정을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부자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갈까. 부자들에게 걱정거리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조나, 27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잠자리에 못 들 정도로 걱정하는 건 없어요. 가족들이 심하게 아플 때만 제외하면요. 최근 가장 큰 걱정은 우리 고양이 건강이었어요. 물론 병원비 수백만원이 고민은 아니었죠. 유명 수의사를 집으로 불러 고양이를 치료했고 다행히 별 탈 없이 호전됐어요. 금전적으로 풍요롭다는 건 단순히 월세나 고지서 낼 때 부담을 덜 느끼는 것 이상이죠.
Videos by VICE
정치를 걱정하지만 큰 스트레스를 받진 않아요. 오히려 다른 사람보다 관심 없죠. 상황이 더 나빠지면 해외로 나가면 되니까요. 이 일을 하면 그렇게 하기 어렵지 않거든요. 해주신 질문 자체가 저한텐 큰 의미가 없어요. 사람들이 보통 금전적인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잖아요. 아직 저한텐 그런 문제는 안 생겼어요.
리처드, 56세
건물주
보통 건강 문제와 같은 평범한 걱정을 해요. 사실 사람들이 절 좋아하는지도 궁금해요. 소셜미디어에 휴가 다녀온 사진을 올리거나 친구들 모임 자리에 나가서 구매한 건물이나 물건 얘기를 하면 재수 없다고 생각할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걱정하기도 해요. 돈 많으면 걱정 없이 살 거라는 생각은 틀렸죠. 물론 자기중심적인 걱정을 주로 하지만요.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자신보다 더 큰 범위의 공동체나 사회를 걱정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특히 개인적인 고민을 덜어냈을 때 더 넓은 시야로 사회 문제에 집중해요.
내털리, 23세
상속인
사람들이 절 어떻게 바라볼지, 좋아할지 걱정해요. 돈 얘기를 별로 안 하고 싶어도 휴가나 취미 얘기를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나오죠.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질투도 나고 자기 처지와 비교도 되겠죠. 무엇이든 사람들은 절 미워할 거예요. 다른 사람은 신발이나 가방에 몇백만원을 쓰는 걸 이해 못 하지만 저한텐 일상이거든요.
앨런, 68세
은퇴한 투자 은행가
전 은퇴했어요. 시간도 많고 돈도 무한히 있죠. 그런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요? 대체 뭘 해야 할까요? 다른 사람들은 뭘 할지 몰라 직장으로 돌아가죠. 직장이 목표를 주니까요.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귀가하고 다음 날도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더라도요. 목적의식 없이는 의욕이 생기지 않잖아요. 망망대해를 표류하듯 길을 잃은 느낌이 들죠. 이럴 땐 자기 행복에 집중해야 해요. 일을 안 할 땐 그 공허함을 스스로 채워야 해요.
사람을 만날 때 거리감이 들까 봐 걱정해요. 돈 문제를 해결하면 전혀 다른 문제를 마주하게 되기 때문에 평범한 사람과 대화가 어려워져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거죠.
월터, 27세
유명 레스토랑 체인 상속인
학창 시절엔 부자라고 굳이 드러내지 않았죠. 사립 학교에 다녔는데도 독보적으로 부자였거든요. 옷과 우리 집 기사님이 증명했죠. 다른 애들도 다 보잖아요. 그러니 친구들이 절 좋아하는 건지 제 돈을 좋아하는 건지 헷갈렸죠. 아직도 같은 고민을 해요. 몇 년째 사귀는 여자친구도 가끔 절 사랑하는 건지 그저 제 생활 방식을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살면서 한 번도 확신했던 적이 없어요. 아직 머릿속에 이 생각이 가득해요.
자일스, 48세
투자 은행가
딸들 미래를 걱정해요. 전 일을 많이 해요. 일을 좋아하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아하죠. 그러다 보니 가족과 보낼 시간은 많이 없어요. 대신 제 돈 덕분에 다들 편히 살아요. 그러면서도 절 원망하지 않을까, 아내가 외도하는 건 아닐까 걱정해요. 지구 온난화도 문제죠.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해결할 수 없잖아요. 딸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까요. 돈이 많으면 삶이 쉬워져요. 하지만 가족과 건강, 사회 문제에 더 예민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