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장난감 총’을 들고 은행을 습격했다. 은행에 모은 본인 돈을 찾기 위해서다.
레바논 여성 살리 하피즈는 14일 자칭 ‘예금자절규협회’ 남성들과 베이루트 은행을 습격해 계산대 위에서 예금 1만3000달러(약 1800만원)를 인출하라고 요구했다.
은행 습격은 레바논에선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 올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
레바논 인구의 4분의 3은 최근 경제난의 영향으로 가난과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레바논인들은 현재 은행 한도 때문에 매달 200400달러(2755만원)만 출금할 수 있다. 이 정도는 레바논에서 생필품을 겨우 충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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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여성 살리 하피즈는 은행 습격 상황을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했다. 영상을 보면 여성은 총을 꺼내 위협했고, 남성들은 은행 직원에게 소리를 질렀다. 직원들은 황급하게 지폐를 세서 미국 달러 뭉치를 여성에게 건네줬다.
여성은 “방화나 살인을 위해 습격하지 않았다”며 “권리를 위해 습격했다”고 말했다.
여성은 현지 알자디드뉴스와 인터뷰에서 “총은 조카에게 빌린 ‘장난감 총’”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 투병 중인 자매의 치료비를 위해 은행에 인출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했다”며 “매달 200달러밖에 받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잃을 게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아직 레바논 보안군에 체포되지 않았다.
사실 한 달 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레바논 남성 바삼 알셰이크 후세인은 본인 돈을 받기 위해 은행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였다. 대중은 그를 타박하기는커녕 응원하면서 ‘영웅’으로 치켜세웠다. 후세인은 곧이어 체포됐지만 기소되진 않았다.
남성도 암 투병 중인 아버지 병원비 마련을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항변했다. 그는 몇 시간 소총과 휘발유통으로 위협해 3만5000달러(약 4900만원) 인출 약속을 받았다.
레바논 국영 매체 내셔널뉴스에이전시는 여성의 사건을 다른 매체들과 다르게 보도했다. 매체는 14일 “하피즈가 자신에게 휘발유를 들이붓고 본인 예금 계좌에서 2만달러(약 2800만원)를 당장 인출해주지 않으면 불을 붙이겠다고 협박했다”고 전했다.
하피즈는 은행을 습격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정부 당국이 우리 집을 포위했지만 난 이미 공항에 도착해있다”며 “모두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보자, 안녕!”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