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귀비, 마약, 아편, 모르핀, 헤로인,아프간, 아프가니스탄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의 양귀비밭.
Afghanistan

탈레반이 양귀비 금지령 내린 뒤 재배 눈감아 주는 이유

양귀비는 탈레반에게 안정적인 자금줄이다.
SL
translated by Sowon Lee
KR

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전국에 ‘양귀비 재배 금지령’을 내리기 이틀 전, 40세 남성 주마 굴은 남부 헬만드에 있는 자신의 작은 양귀비밭을 돌보고 있었다. 양귀비 사이를 오가면서 능숙하게 작물의 상태를 살폈다. 손은 어느새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양귀비에서 나오는 아편 유액에 물들었기 때문이다. 젊은 농부 4명과 함께 작은 칼로 양귀비 열매를 바삐 베어냈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에 유액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굴은 VICE와 인터뷰에서 “작은 과일 가게 하나를 차리고 싶지만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건 이 일뿐”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지난달 3일 아편 생산을 금지했다. 하지만 헬만드의 농부들은 이 소식이 늦게 닿았는지 양귀비를 이미 대량으로 수확해 아편을 생산하고 있었다.

아프간은 지난 20년 이상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아편 생산국이자 수출국이었다. 헬만드의 양귀비밭은 지금쯤이면 보라색과 빨간색, 하얀색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탈레반은 아프간을 장악하기 전에 아편과 헤로인을 핵심 수익원으로 삼았다. 양귀비로 안정적인 자금줄을 틀어잡고 서방의 지원을 받는 전 정권과 세력 다툼을 벌였다.

아프간의 지난해 아편 생산량은 6800t으로 추정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진단했다. 순수 헤로인 약 320t을 만들기에 충분한 양이다. 지난해 불법 아편 시장은 총 18~27억달러(약 2조3000~3조4000만원)로 추정된다. 양귀비 유액을 말리면 아편, 아편 주요 성분이 모르핀, 모르핀을 가공하면 헤로인이다.

탈레반은 1990년대 후반에 처음으로 아프간을 장악하고 나서 마약 거래를 금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에 정권을 다시 장악했을 때는 공식적인 금지령을 내리지 않았다.

일부는 탈레반이 올해 첫 수확 후에 양귀비 재배 금지령을 내릴 거라고 예상했다. 겉으론 마약을 단속한다고 내세우면서 양귀비에 세금을 매겨 이득을 볼 수 있어서다.

아프간 농부들은 경제가 지난해 말부터 침체하면서 유례없는 규모로 양귀비를 심었다. 수익성이 좋은 작물을 심어 돈을 벌고 가계에 도움이 되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들은 양귀비를 재배하기 위해 평소 재배하던 밀과 옥수수, 석류나무를 포기했다.

이런 이유로 양귀비밭은 갈수록 늘어났다. 하지만 탈레반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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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수확은 3월 말에 절정에 다다랐다. 농부들이 다른 도시에서 헬만드로 몰려들었다. 이때쯤이 되자 탈레반은 마약 문제를 전혀 신경 쓰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일자리가 절실했던 54세 남성 모히불라는 동부 가즈니에서 헬만드까지 넘어왔다. 그는 “우리 마을엔 물도, 일자리도 없다”며 “식구가 9명이라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22세 마마둘라와 32세 에스마툴라 형제도 남서부 라슈카르가 외곽에 작은 부지가 있다. 여긴 보라색과 하얀색 양귀비로 가득하다. 동생 마마둘라는 지난 3월 VICE에 “농부들이 과거엔 다른 작물을 재배했지만 이번 농사철엔 양귀비로 바꿨다”며 “탈레반이 파종기에 양귀비 금지령을 내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탈레반은 전 정부 시절에도 (양귀비의) 성장기가 오면 지역의 농부에게 토지 약 2023m²당 2kg에 달하는 아편을 세금 명목으로 뜯어냈다”고 덧붙였다.

탈레반 대원은 VICE와 금지령 전에 인터뷰할 때 (탈레반) 지도부조차도 정기 급여를 받지 못하는 대원에게 양귀비 농장에서 일해 돈을 충당하도록 장려했다고 밝혔다.

24세 탈레반 대원 아티쿠알라는 VICE에 “지난 5년간 양귀비 밭에서 일했다”고 밝혔다.

“가족 중 일부는 올해 일하러 이란으로 갔습니다. 여기선 밀 같은 작물은 돈이 안 돼요. 그래서 모두 아편으로 고개를 돌린 것이죠.” 또 가능하다면 다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사회가 아프간에서 다른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면 좋겠죠. 하지만 지금으로선 먹고 살기 위해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가 않은 게 사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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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지난달 초에 금지령을 내렸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에 아프간인을 상대로 “지금부터 전국적으로 양귀비 재배를 엄격히 금지한다”며 “마약류 사용, 수송, 거래, 수출, 수입부터 마약 제조 공장까지 금지한다”고 했다.

국제사회가 원하던 상황인 것처럼 보였다. 또 낙관론을 내세우며 금지령을 반겼다.

하지만 전국에 양귀비 재배가 금지되면서 유액의 가치는 그 어느 때보다 치솟았다.

생아편 가격은 금지령 후 며칠 만에 2배 치솟아 1kg당 230달러(약 30만원)를 육박했다. 가격은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떨어졌지만 금지령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상당히 높다. 다시 말해, 농부들은 수익을, 탈레반은 세금을 훨씬 더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금지령은 겉으로 보면 탈레반이 국제사회의 기준에 맞춰 협조하겠다는 뜻이라서 대외 원조나 지원의 기회를 늘릴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귀비 재배는 묵인한 채로 아편 가격만 천정부지로 올린 셈이다. 재정난에 허덕이던 농부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동시에 탈레반에 지불하는 세금도 더 많이 내게 된다.

굴도 금지령이 내려진 지 며칠 만에 밭에 나왔다. 아편을 모아두는 냄비를 가득 채웠다.

“주위를 둘러보세요. 아무것도 중단되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여전히 밭에서 일하고 시장에서 아편을 사고팔 수도 있죠. 달리 다른 방법이 없는데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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