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Media

나와 쏙 빼어 닮은 아바타의 소셜 놀이터 ‘본디’ 체험기

새로운 소셜미디어 ‘본디’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담았다.
본디 소셜미디어 아바타 플로팅 MZ세대
로마노 산투스 기자의 본디 아바타와 플로팅 장면

소셜미디어 판은 꽤 오래전부터 암담했다. 소셜미디어들은 서로 다른 회사의 서비스를 베끼기에 급급했고 악성 댓글을 일삼는 이용자들은 혐오 댓글을 뱉어내기에 분주했다. 소셜미디어는 얼마나 화려하고 비싼 곳에서 얼마나 멋지고 유명한 사람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지에 관해 누가 가장 자랑을 잘하는지를 뽐내는 공간처럼 변해버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새로운 소셜미디어 ‘본디(Bondee)’를 통해 만든 자신과 쏙 빼닮은 아바타의 사진을 공유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엿보고 있다.

본디 소셜미디어 아바타 플로팅 MZ세대

기자의 본디 계정

본디는 싱가포르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메타드림이 지난달 출시한 새로운 소셜미디어다. 쉽게 말해 가상 공간에서 친구와 놀고 대화하면서 어울릴 수 있는 채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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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가상의 방을 꾸미고 친구들의 방을 둘러 보고 현재 상태를 설정해 공유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 게임 ‘심즈’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이 합쳐진 느낌이다. 이렇게만 들으면 꽤 복잡한 애플리케이션 같다. 실제로 많은 기능이 들어있긴 하다.

본디의 차별점은 3차원(3D) 가상 공간 메타버스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기존의 소셜미디어에선 위아래로 피드를 움직이며 정보를 얻거나 네트워킹했다면 본디에선 모든 방향으로 캐릭터를 움직인다. ‘기뻐요’나 ‘죽겠어요’ 같은 기분부터 ‘업무 중’이나 ‘춤’ 같은 활동을 설정할 수 있다. 설정에 따라 아바타의 모습이 달라진다.

본디 소셜미디어 아바타 플로팅 MZ세대

기자의 본디 메인화면

본디에선 친구가 ‘퇴근 중’이라는 상태 메시지를 설정하면 아바타가 눈에 초점을 잃고 좀비처럼 걸어 다니는 모습으로 바뀐다. 실제 그걸 보니 친구가 괜찮은지 궁금해졌다.

본디는 상태 표시와 함께 사진이 나오게 할 수 있다. 눈앞의 장면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바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소셜미디어 ‘비리얼(BeReal)’과도 유사하다. 하지만 비리얼처럼 무작위로 울리는 알람을 받고 2분 내로 올려야 하는 압박은 없다. 본디는 현실과 가상 세계에 동시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는 소셜미디어다.

본디 소셜미디어 아바타 플로팅 MZ세대

기자의 본디 개인 공간

본디 소셜미디어 아바타 플로팅 MZ세대

기자의 본디 공동체 공간 '아파트'

본디는 이용자가 가상 공간을 꾸미고 전시한다는 점에서 ‘심즈’와도 자주 비교된다. 친구가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남기듯 본디의 개인 공간 벽에도 메모를 남길 수 있다. ‘아파트’는 가상의 공동체를 볼 수 있는 기능이다. 내 방과 친구 방을 한번에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본디의 방 꾸미기는 프로필에 어떤 멋진 글을 적을지 고민하거나 피드 정리를 위해 어떤 게시물을 숨길지를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활동이었다. 이용자는 프로필 대신 개인 공간을 얻는다. 나와 닮은 아바타가 돌아다닐 공간이 있다는 점에서 다른 소셜미디어보다 훨씬 더 실제 우리 생활과 유사하게 느껴진다.

본디 소셜미디어 아바타 플로팅 MZ세대

기자의 본디 대화 공간

물론 여느 소셜미디어처럼 대화 기능도 있다. 대화하면서 아바타를 모닥불 옆에 앉게 하거나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춤추게 하고 음료수 마시기 같은 동작을 하게 할 수 있다. 상대의 메시지에 단순히 이모지를 보내는 대신에 입 삐죽대기, 사랑에 빠지기, 방귀 뀌기와 같은 특별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본디는 ‘완전체’ 같은 앱이다.

기존 소셜미디어 기능 중 가장 해로운 건 아마 아무리 내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피드와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쓸 수밖에 없는 팔로워 수다. 본디는 두 가지가 전부 없다.

본디 소셜미디어 아바타 플로팅 MZ세대

기자의 본디 플로팅 장면

피드와 가장 유사한 기능으로 ‘플로팅(floating·떠다니기)’이라는 기능이 있긴 하다. 말 그대로 아바타가 소형 보트를 타고 바다를 유유자적 떠도는 활동을 하게 하는 기능이다. 작은 배를 천천히 타고 다니면서 석양을 보거나 식물이나 해양 생물을 간혹 구경한다. 잔잔한 배경 음악을 들으면서 바다에 떠다니다 보면 명상하듯이 마음이 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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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면서 방을 꾸미는 아이템도 얻을 수 있다. 또 쪽지를 ‘해류병’에 넣어 던지거나 반대로 병에 담긴 쪽지를 주울 수도 있다. 다른 사람(아바타)을 만날 수도 있다.

본디는 누구와 친구를 맺었는지 드러내지 않고 친구 수 자체도 50명으로 제한한다. 구시대적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런 이유로 본디 친구들이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누구와도 쉽게 많은 친구를 맺을 수 있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아주 다르다.

본디 소셜미디어 아바타 플로팅 MZ세대

기자의 본디 친구 목록

본디는 한마디로 과거의 알짜 기능을 오늘날 취향에 맞춰 재구성해놓은 서비스 같다. 사람들이 질려버린 소셜미디어 기능은 없앴고 그렇지 않은 기능은 여전히 살려뒀다. 새로운 소셜미디어는 하나같이 얼마간의 인기를 누리다 곧 사라지거나 인수되곤 한다. 본디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순 없지만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흥미롭긴 하다.

Romano Sant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