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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녀 미치. 사진: 루치 제공
japan

‘안 예쁘다’는 이유로 9살 딸 쌍꺼풀 수술받게 한 엄마

“쌍꺼풀 없는 여자아이를 보고 예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SL
translated by Sowon Lee
KR

일본의 9세 소녀 미치(가명)는 병원 수술대에 올라갔던 기억은 생생히 나지 않지만 쌍꺼풀이 없는 눈을 두고 엄마 루치와 수없이 나누었던 대화 내용은 또렷이 기억한다.

소녀는 지난해 초 엄마와 쌍꺼풀 수술을 앞두고 어떤 눈 모양이 좋을지 의논했다. 또 비교적 간단한 수술과 눈꺼풀을 아예 잘라내는 복잡한 수술 사이에서도 고민했다. 엄마는 손대려면 제대로 대야 한다면서 두 번째 수술을 하라고 다그쳤다.

엄마는 대중의 시선과 악성댓글을 이유로 모두 가명을 쓰겠다고 요구했다.

엄마는 유튜브 계정에 딸과 수술을 앞두고 상의하는 과정이 담긴 동영상을 공유했다. 또 수술대에 올라가서 공포에 질린 채로 울고 있는 딸의 모습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유튜브와 틱톡에서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아이보다 엄마를 질타했다. 또 아무리 부모가 동의했더라도 미용 때문에 아이가 수술대에 오르는 현실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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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커보이게 하는 쌍꺼풀 수술은 일본에서 매우 인기가 많다. 사진: 셔터스톡

아이는 영상 속에서 너무나 고통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이런 아이는 미치뿐이 아니다. 수많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예뻐지고 아름다워지겠다는 이유로 수술을 받는다.

겉으로만 보면 아이들이 너무나 원해서 스스로 내린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한 일본 병원은 2021년 10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더 나은 외모를 위해 10명 중 9명이 수술받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10명 중 7명이던 2년 전보다 늘었다.

이런 문제를 겪는 나라는 일본뿐이 아니다. 미국은 13~19세 환자의 성형수술이 매년 22만건 이상 이뤄지는 것으로 진단한다. 다른 나라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다.

이건 분명히 관심을 가져야 할 만한 수치다. 물론 정부와 전문가가 손 놓고 있는 건 아니다. 영국은 2021년 아동 보호를 명목으로 18세 미만 대상 ‘입술 필러’를 금지했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면서 자란 젊은 세대가 획일적인 미의 기준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고 이에 따른 심리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을 겪는다고 경고했다.

도쿄의 성형외과 의사 아소 도루는 최근 병원을 찾는 미성년자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의사 생활 20년간 20~30대 여성이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VICE와 인터뷰에서 “10년 전엔 미성년자 환자가 한 달에 한 명꼴이었지만 지금은 하루에 한 명꼴”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이 찾는 수술은 쌍꺼풀 수술이다. 쌍꺼풀 수술은 2020년 일본에서 행해진 모든 외과 수술의 64% 이상을 차지했다. 물론 이 수술은 힙업 수술이나 지방 제거 수술 같은 수술보다는 안전한 편이지만 실명이나 눈가 근육 손상 같은 위험도 따른다.

일본인들은 18세 미만이라도 부모의 동의만 얻으면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아소는 일부 보호자가 법을 악용해 미적 기준을 자녀에게 강요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미성년 환자에게 특히 관심 두는 이유다. “아이를 병원으로 끌고 와서 수술받게 하는 부모들도 봤기 때문에 아이를 꼭 따로 만나 정말 수술을 원하는지 물어봅니다.”

도쿄미래대학의 스즈키 도모히로 교수는 성형수술을 통해 자존감 향상과 같이 긍정적인 심리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주로 아동심리와 신체 이미지를 연구한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신체적, 심리적으로 성장 중이라 후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성년자들은 성장이 안 끝났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이상적 외모를 잘 알지 못한다. 스즈키 교수는 “멈출 수 없는 성형수술의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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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생들이 거리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스티븐 J 보이타노/ 라이트로켓/ 게티이미지

요즘 성형수술 트렌드는 소셜미디어와 관련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소셜미디어를 보고 외모에 훨씬 더 신경을 쓴다. 또 애플리케이션에 얼굴을 바꿔주는 필터를 사용하면서 실제 모습과의 괴리감을 느낀다.

아소 같은 성형외과 의사는 쌍꺼풀 수술의 인기가 서구 문화의 영향 탓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 백인의 외모에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돌이켜보면 현지 패션 잡지와 언론을 보면 혼혈 일본인들이 자주 사진을 장식했다. 마치 선망해야 하는 이상적 외모를 나타내는 듯하다. 아소는 “이들은 약간 외국인처럼 보이는 흔하지 않은 외모를 지녔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미국 미주리대학의 로라 밀러 일본학 및 인류학 교수는 일본인이 백인처럼 보이려고 쌍꺼풀 수술을 받는다는 주장은 요점을 완전히 놓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외국인 외모를 이상적이라고 생각한 일본 청년은 한 명도 없었다. 그는 VICE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오히려 많은 여성은 성형수술을 하면 일본 인기 모델이나 연예인처럼 더 귀여운 외모를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배우나 가수는 보통 미적 기준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금은 소셜미디어 시대이니만큼 배우나 가수뿐 아니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도 그만큼 거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사쿠라이 노노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33세 유명 뷰티 인플루언서 리에는 8세 때부터 성형수술을 하고 싶었다. 그는 학창 시절 내내 콧구멍이 크다는 이유로 고릴라처럼 생겼다는 놀림을 당했다. 18세가 되자마자 코 수술을 받았다. 첫 성형수술이었다.

리에는 10년 이상 약 2500만엔(약 2억4000만원)을 수술에 쏟고 더 당당해졌다. 그는 “학창 시절에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없어서 자신감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원인을 외모에서 찾고 나니 얼굴을 바꾸고 싶었다. 리에는 “성형수술 덕에 얼굴을 치켜들고 당당하게 걸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는 매력적인 여성 접객원들이 있는 술집을 운영하면서 풀타임 뷰티 인플루언서로서 성형수술을 주제로 소통한다.

하지만 외모로 돈벌이하는 삶은 구독자에게 말하는 것처럼 장밋빛 인생은 아니었다. 리에는 얼굴이 유행이 지났다는 말을 듣고 끊임없이 성형수술을 해야 했다.

가끔 누군가가 온라인에서 익명으로 남기는 악성 댓글을 마주해야 하는 일도 빈번하다. 또 술집을 찾아온 손님으로부터 “수술 5번 전 얼굴이 더 좋았다”는 소리도 들었다.

유행을 따르다 보면 신체적 어려움도 겪는다. 일부러 삽입했던 연골을 몇 달 후 빼내야 했다. 몸 구석구석엔 실리콘이 박혀 있다. 마취와 수술 후 회복 과정도 고통스럽다.

리에는 가끔 “죽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해줄 사람을 찾기 전까진 성형수술을 멈추지 못할 것 같다”고 고백했다.

딸에게 수술을 강요하는 엄마 루치가 바라는 건 가장 예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었다. 쌍꺼풀이 있는 어머니와 여동생을 보며 자라며 항상 차별 대우를 받는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여동생은 이웃에게 칭찬과 간식을 받았지만 그는 어떤 대접도 받지 못했다. 그는 “어렸을 때 모두가 (쌍꺼풀이 있는) 여동생을 훨씬 더 귀여워했다”고 회상했다. 엄마는 18세가 되자마자 쌍꺼풀 수술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세 아들과 두 딸의 엄마가 되니 자녀들도 외모 콤플렉스를 겪지 않고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성장해나가길 바랐다.

“쌍꺼풀이 없는 여자아이를 보고 단 한 번도 예쁘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엄마는 아들에겐 같은 기준을 적용하진 않는다. 남성은 여성과 달리 성공하고 똑똑하면 외모가 좀 별로더라도 사회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딸이 18세가 되면 코 수술을 받길 바란다. 가슴 확대 수술까지도 염두에 뒀다. “성장 중이라 가슴이 얼마나 커질지 모르잖아요. 작다고 고민하면 밀어붙여야죠.”

엄마는 스스로 문제라고 느끼는 이상 세상에 하지 못할 수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Hanako Montgom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