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 런던 케이팝 방탄소년단 지민 성형수술 한국인
영국 인플루언서 올리 런던. 사진: 본인 제공
Identity

인터뷰: 한국인 되고 싶어 성형수술 18번 한 영국인

과연 성형수술로 국적과 인종을 바꿀 수 있을까?

영국 가수이자 인플루언서인 올리 런던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멤버 지민이 그려진 입간판과 결혼했다고 말할 정도로 케이팝의 광신도다.

그는 “남녀가 아닌 ‘제3의 성’을 지녔다”며 “인종 전환을 통해 한국인이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올해 31세인 런던은 최근 VICE와 인터뷰에서 “지민의 얼굴을 닮고 싶어 성형수술에 약 17만파운드(약 2억7000만원)를 쏟아부었다”고 밝혔다.

런던은 지난 6월 인종을 전환했다고 선언했다. 그는 트위터에 무지개색을 입힌 태극기 사진을 첨부하며 “제3의 성을 가진 한국인이 된 것을 공식 기념하는 깃발”이라고 적었다. 또 유튜브 채널에 ‘저는 제3의 성을 가진 한국인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영상에서 “비난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날 사회에서 매장하려고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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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이제 난 한국인처럼 생겼고 한국은 나의 조국”이라며 “난 남녀 모두가 아니며 그 둘 사이에 있는 것처럼 느낀다”고 말했다.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는 “성형수술 후에 드디어 한국인의 눈이 생겼다”며 기뻐했다.

런던은 2013년 처음 한국과 사랑에 빠졌다. 그는 “당시 한국에 일 년 정도 거주하면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며 “그 일 년이 삶을 송두리째 바꿨다”고 회상했다. 그해 한국에서 코를 날렵하게 하려고 수술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 재수술했다.

런던은 한국을 향한 애정을 자주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대개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2년간 인도 뭄바이에 거주 중인 신상화씨는 “그가 한국을 정말 존중했다면 국기에 그런 장난을 치진 않았을 것”이라며 “숨죽여 사는 성소수자들한테 용기를 주고 싶어 하는 건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하는 건 너무 무례하다”고 전했다.

런던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가 다른 문화나 정체성의 한 요소를 자신의 것처럼 이용하는 ‘문화 도용’을 서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또 지민에 병적으로 집착한다고 주장한다.

일부는 그를 케이팝이나 특정인에 집착해 폭력적으로 구는 ‘사생팬’으로 치부한다.

캐나다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수진 J는 VICE에 “한국 문화에 대한 집착 같다”며 “롤모델과 닮아 보이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한국 문화를 존중하는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또 “런던이 한국 문화를 케이팝과 외모로만 규정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문화에는 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며 “유명인이 이렇게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다니 너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어떻게 문화의 뿌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 그 문화를 정체성이라고 규정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또 “수술이야 본인 마음이지만 유행에 무작정 얹혀가는 건 안 좋게 보인다”고 했다.

올리 런던 케이팝 방탄소년단 지민 성형수술 한국인

영국 인플루언서 올리 런던이 22세 였을 때(왼쪽)와 성형 수술 후에 달라진 모습. 사진: 본인 제공

‘인종 전환’이란 용어는 오랫동안 논란거리다. 미국의 저명한 사전 출판사 ‘메리엄 웹스터’는 인종 전환을 “인종을 둘이나 둘 이상으로 아우르거나 포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주로 입양아가 입양 가족과 인종이 다를 때 사용하는 단어다. 하지만 런던은 타고 난 인종이 정체성과 다르다고 느껴도 인종 전환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VICE에 “몇 년 전 한국에 다녀온 뒤로 백인 몸으로 사는 게 너무 답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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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소수이긴 해도 온라인상에서 성전환과 인종 전환을 같은 선상에 두는 이들이 있다. 페이스북에는 자신을 인종 전환자라고 규정하며 수술 계획을 논의하는 그룹도 있다.

올리 런던 케이팝 방탄소년단 지민 성형수술 한국인

영국 인플루언서 올리 런던​이 2018년 런던의 한 병원에서 눈 주위에 필러를 맞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런던은 최초로 ‘인종 전환’을 선언한 사람이 아니다. 2015년 사회운동가인 레이철 돌레잘은 백인이면서 흑인 행세를 해 비난을 받았다. 또 역사학자 제시카 크루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을 흑인이라고 규정하다가 지난해에 한 블로그에 원래 백인이라는 사실을 밝혀 논란을 낳았다.

두 여성은 원래 모두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공통으로 스스로 흑인이라고 정의했다.

한국계 미국인 언론인 샌드라 송은 미국 잡지 ‘페이퍼’를 통해 “런던은 한국인이 역사적으로 당했거나 현재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차별은 무시한 채로 한국인이 되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백인이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하는 건 분명 이상하다”며 “서구 사회에서 한국인이 온갖 차별을 받고 무시당한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좋은 것만 갖다 쓰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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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인플루언서 올리 런던​이 2018년 런던에서 자신의 옛 사진과 함께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최근 미국에서는 아시아인 혐오 범죄가 급증했다. 미국 내 아시아인 인권 단체 ‘아시아인 혐오를 멈춰라(Stop AAPI HATE)’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일 년 사이에 아시아계나 태평양계 미국인에 가해진 증오 범죄가 무려 6603건 이상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는 중국인이 65.2%로 가장 많았고 한국인은 16.6%로 그 뒤를 이었다.

일부는 성전환과 인종 전환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애당초 비교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거다. 언론인 겸 작가인 메러디스 탈루산은 필리핀계 미국인으로 트랜스젠더다.

그는 영국 가디언을 통해 돌레잘이 피부를 어둡게 만들고 흑인처럼 행동하는 건 그가 선택한 것이지만 성전환자가 겪는 과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구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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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젠더는 인간성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라며 “성전환은 태어날 때부터 떠맡겨진 성과 살아가며 경험하는 성이 서로 다를 때 시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런던은 모든 걸 인종차별로 몰고 가려는 이들이 전쟁을 선포했다고 여긴다.

올리 런던 케이팝 방탄소년단 지민 성형수술 한국인

영국 인플루언서 올리 런던이 2019년 서울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그는 VICE에 “악플러는 사회가 정한 기준에서 벗어나면 공격한다”며 “난 내 개성을 따르는 사람”이라고 전했다. 또 오히려 이들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했다.

런던은 지난달 영국 ITV방송의 인기 프로그램 ‘디스 모닝’에 출연해 한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라면 입대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한국인의 다수는 런던이 소셜미디어에서 인기와 관심을 얻기 위해 한국을 이용하는 거라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친다.

과연 런던이 가족이라고 여기는 한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Jaishree kum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