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사진작가 가장 촬영하기 어려웠던 사진
사자가 하이에나 30여마리의 공격을 이겨내고 지켜낸 사냥감을 물고 있다. 사진: 파노스 라스커라키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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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사진작가가 말하는 가장 촬영하기 어려웠던 사진들

사진작가들이 가장 힘든 촬영의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야생을 자유롭게 탐험하는 생태 사진작가는 많은 이들에게 꿈의 직업이다. 이들은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이국적인 동식물을 포착한다. 마냥 재미있는 일처럼 보이지만 고충도 있다. 야생에서 촬영하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완벽한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몇 시간을 불편한 자세로 대기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망가진 생태계를 보며 감정 노동도 해야 한다. 급박한 상황에선 볼일도 아무 데서나 봐야 한다.

VICE가 야생동물 사진작가들에게 가장 촬영하기 어려웠던 사진과 촬영 과정을 물었다.

파노스 라스커라키스, 그리스

사자 물소 사냥 하이에나 동물의 왕국

사자가 하이에나 30여마리의 공격을 이겨내고 지켜낸 사냥감을 물고 있다. 사진: 파노스 라스커라키스 제공

가장 고생하면서 촬영한 사진은 보츠와나의 야생에서 사자들의 사냥 모습을 담은 사진이였어요. 대낮에 사자 수십마리가 물소들을 사냥했죠. 그런데 공격이 너무 거세 촬영하기가 어려웠어요. 현장에는 피가 흥건히 흩뿌려져 있었고 비명이 들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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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야생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이것 때문에 가장 힘들었다는 건 아니고요.

가장 힘들었던 건 그다음 날 밤 하이에나 약 30마리가 사자들을 공격했을 때였어요. 사냥감을 훔치려고요. 사파리에서 가이드로 일하지만 이런 건 본 적이 없었어요. 사방에서 들리는 두려움에 떠는 소리와 칠흑 같은 어둠 때문에 힘들었어요.

이튿날 오전에 큰 수컷 사자가 돌아왔어요. 입에 문 사냥감의 뼈 사이로 절 응시하면서요. 그때 지금 보는 이 사진을 포착했어요. ‘왕’의 위엄을 느꼈던 순간이에요. - 파노스 라스커라키스

​​센틸 쿠마란, 인도

호랑이, 사냥, 야생동물, 인도, 야생 호랑이

호랑이가 인도의 한 마을에 내려왔다가 주민들에게 공격받은 후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다. 사진: 센틸 쿠마란 제공

10살 때 흑백 TV로 호랑이를 처음 봤어요. 영국 BBC방송에서 방송한 호랑이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죠. 호랑이의 위풍당당함에 완전히 매료됐어요.

그때부터 호랑이를 야생에서 실제로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야생을 돌아다녔죠. TV에서 본 호랑이의 모습을 보겠다는 일념으로요. 하지만 10년간 한 번도 못 봤어요.

2012년에 인도에서 코끼리를 촬영하고 있었는데 마을에 호랑이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25년간 찾으려고 노력해도 못 봤던 호랑이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거예요. 호랑이를 볼 생각에 들떠 바로 이동했어요. 수의사랑 현장에 도착했을 때 비가 내리고 있었죠. 현장은 산림 직원 50명과 주민 500명 이상이 모여 있어 북적거렸어요. 주민들은 막대기와 무기를 들고나와 마을로 내려온 호랑이를 죽이려고 했어요.

수백명 틈 사이로 봤더니 호랑이가 주민들에게 공격받고 처참한 모습으로 누워있었어요. 분노에 휩싸인 사람들이 호랑이를 죽이려고 했던 모습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어요. 그렇게 위풍당당한 호랑이를 보겠다는 25년간의 기대는 한순간에 무너졌죠.

이때부터 지난 8년여간 호랑이와 인간 사이의 갈등을 조명했어요. - ​​센틸 쿠마란

스티븐 액스포드, 호주

형광 버섯, 발광 버섯, 빛나는 버섯

소형종 형광 버섯이 인도 북동부의 한 숲에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사진: 스티븐 액스포드 제공

저는 어디를 가든지 현지 사람들에게 숲에서 빛이 나는 버섯을 본 적이 있는지 물어요. 인도 북동부 마울린농에서 가이드에게 같은 질문을 했더니 본 적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빛나는 버섯’을 발견했죠. 전 세계에 기록상 있는 발광 버섯이 80여종이에요. 그런데 이때 찾은 버섯은 기록된 적이 없었어요. 이 버섯은 줄기에서만 빛이 났어요.

버섯이 매우 작아 촬영이 어려웠어요. 확대할수록 촬영 범위가 줄어들기 때문에 작은 대상을 촬영하는 건 쉽지 않아요. 가능한 한 넓게 촬영하기 위해 넓게 초점을 잡는 방법을 찾았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버섯을 밤에 촬영해야 했어요. 버섯에서 나오는 빛만을 이용해야 했죠. 지금 생각해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버섯이 굉장히 밝았기 때문이에요. 기술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결과물은 좋았어요. - 스티븐 액스포드

니킷 서브, 인도

표범, 뭄바이, 국립공원

표범이 인도 뭄바이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간디 국립공원에서 어슬렁거리고 있다. 사진: 니킷 서브 제공

2012년 인도 뭄바이 간디 국립공원에서 야생 연구원으로 첫 자원봉사를 했어요. 그때 업무가 표범 촬영을 위해 자동 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장소를 관리하는 일이었어요. 고도가 높은 장소가 있었는데 거기서 도시를 배경으로 표범을 촬영하려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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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자동 촬영 카메라로 작업했기 때문에 열과 움직임 센서에 의존해야 했어요. 근처에 열과 움직임이 있으면 촬영되는 방식이었죠. 한마디로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서 완벽한 사진을 기대하기가 어려웠어요. 당시 기술력도 그리 좋지가 않았거든요. 하지만 원하는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알아냈죠.

이후 석사 때문에 뭄바이를 잠시 떠났다가 돌아왔어요. 2015년에는 연구를 위해 표범이 먹잇감으로 삼는 동물 개체 수와 먹이를 조사했어요.

촬영 장소를 물색했죠. 하지만 표범과 도시를 모두 담을 수 있게 자동 촬영 카메라를 설치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몇 번의 실험 끝에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높게 설치했어요.

표범은 완전한 야행성 동물이에요. 그래서 낮에 촬영할 수 있을 거라곤 예상 못 했어요. 아침마다 자동 촬영 카메라가 찍어놓은 결과물을 보러 갔다가 실망만 하고 돌아왔죠. 사향고양이 같은 동물을 촬영하긴 했지만 바라던 것은 아니었으니까요.

당시 힌두교 축제가 열리기 직전이었어요. 삼각대를 돌에 묶어 높은 위치에 고정했어요. 사람들이 축제 기간에 돌아다니다가 카메라를 망가뜨릴까 봐 걱정하다가 결국 가지고 내려왔죠. 그런데 카메라를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꿈에 그리던 표범이 찍혀 있지 뭐예요. 이 장면을 찍기 위해 몇 년을 기다리던 때였으니까 정말 기뻤죠.

이게 도시를 배경으로 찍은 첫 표범 사진이에요. 덕분에 연구의 기본 틀이 잡혔어요. 이 사진은 지금까지도 제 연구의 표지를 자주 장식하는 이미지예요. - 니킷 서브

케리 피셔, 캐나다

표범, 야생동물 보호구역

야행성인 암컷 표범이 낮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야생동물 보호구역을 거닐고 있다. 사진: 케리 피셔 제공

제가 찍은 사진 중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암컷 표범이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죠.

2019년 6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루거 국립공원 인근 사비 샌드에서 촬영했어요. 이 사진을 얻는 건 쉽지 않았어요. 캐나다에서 남아공까지 가는 것부터가 고비였죠. 게다가 야생동물을 찾기 위해 2주간 매일 새벽에 일어나 촬영을 준비해야 했거든요.

표범은 조심스러운 야행성 동물이에요. 그래서 좋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시간은 해가 뜨기 시작할 때나 해 질 녘밖에 없어요. 이날 표범을 마주했던 건 운이 따랐던 거죠. 표범을 찾기가 어렵고 햇살 때문에 좋은 사진을 건지기도 어렵거든요. - 케리 피셔

​​옌스 루트비히, 독일

사슴, 어미, 새끼

어미 사슴이 농기계에 치여 죽은 새끼의 사체를 노리는 독수리를 쫓아내려고 미친 듯이 날뛰고 있다. 사진: 옌스 루트비히 제공

사슴이 뛰고 있는 이 사진이 정말 특별해요. 여러 이유로 촬영하기가 상당히 어려웠거든요. 사진을 촬영한 장소는 독일 색스니라는 곳이에요. 사슴들은 5~6월 사이에 새끼를 낳아요. 갓 태어난 새끼들은 처음 며칠간은 온종일 누워 있어요. 조금도 움직이지 않고요. 특유의 체취도 없을 때라서 포식자들한테도 잘 발견되지 않거든요.

하지만 촬영 날에는 이상하게도 들판에 도착했을 때 어미 사슴이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어요. 완전히 정신이 나가 있는 것처럼요. 무언가 범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죠. 이런 행동은 이 시기 사슴에게서 나오는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거든요.

들판을 돌아다니다 새끼의 사체를 발견했어요. 잔디 뽑던 수확용 농기계에 치여있었어요. 어미는 새끼 사체를 노리는 독수리를 물리치려고 주변을 미친 듯이 날뛰던 거예요. 포식자를 두려워하는 기색이나 경계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요.

죽은 새끼를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려고 계속 있었죠. 덕분에 이 사진을 건질 수 있었어요. 농기계를 몰던 남성에게 사체를 보여줬어요. 양심의 가책을 몹시 느끼는 것처럼 보였어요. 하지만 이들은 가능한 한 빨리 들판을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사슴 한 마리에 신경을 빼앗길 여유가 없는 것처럼 보였어요.

환경운동가들은 요즘 이런 죽음을 막으려고 드론으로 새끼가 있는 곳을 찾아 표시해요. - ​​옌스 루트비히

Snigdha Bans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