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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지난달 20일 ‘대마의 날’을 즐기고 있다. 사진:  마난 바챠야나/ AFP통신
Cannabis

태국이 자국민에게 대마 100만주 무료로 나눠주는 이유

태국은 대마에 진심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복잡하다.
Koh Ewe
SG

한 태국 사업가가 기대하는 대로 되면 방콕은 ‘아시아의 암스테르담’이 될 전망이다.

태국의 대마 사업가 뺏 때차나롱은 지난해 회사 ‘블룸’을 창업해 대마의 주요 성분인 칸나비디올(CBD)이 들어간 오일과 젤리, 화장품 등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1년여 전까지만 해도 그처럼 대마 사업을 하는 사업가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예상대로 대마 산업이 발전하면 이들을 찾기가 지금보다 훨씬 수월해질 거다.

때차나롱은 VICE와 인터뷰에서 “이제 다양한 취향과 연령대의 손님이 우릴 찾는다”며 “많은 사람이 개정되는 법을 반긴다”고 말했다. 법 개정은 2018년 12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태국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올 초엔 마약 목록에서 제거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태국은 아시아에서 대마를 실질적으로 비범죄화한 최초의 국가로 기록됐다.

가장 최근엔 이달에 또 다른 전환기를 맞았다. 아누띤 찬위라꾼 태국 보건장관은 페이스북을 통해 다음 달 9일 이후 주민에게 대마 식물 100만주를 무료 제공한다고 밝혔다. 태국인들은 이날을 기점으로 가정에서 대마를 수량에 상관없이 재배할 수 있다.

태국은 대마에 진보적인 국가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현실과는 괴리가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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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마 제공 계획엔 태국 정부의 의도가 숨어 있다. 일단 현재 법적으로 가능한 건 의료용 대마를 의료용으로 재배하는 거다. 또 가정에서 기를 수 있는 대마의 수량에 제한이 없어지게 되지만 재배한 대마를 오락용으론 사용할 수 없다. 미량이어도 오락용 대마는 여전히 불법이다. 또 대마의 주요 성분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0.2% 이상 들어간 추출물도 여전히 마약류다.

대마 합법화를 지지하는 대마 사업 컨설팅 기업의 키티 초파카 최고경영자(CEO)는 VICE에 “(정부가) 대마에 취하는 건 합법화한 적이 없다”며 “설령 가정 재배가 허용되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물론 정부가 막대한 양의 대마를 가정에서 재배할 수 있게 하면서 개인의 흡연을 어떻게 일일이 찾아 규제할 것인진 불명확하다.

“현지인들은 태국 대마 합법화 소식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대마에 관심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이에 따라 수요도 커졌죠. 합법 시장에서 욕구 해소가 안 되면 어디로 가겠어요?”

겉으로 보기엔 법이 모순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럴 만한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태국 정부는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대마 시장에서 기반을 굳건히 다지고 싶어 한다. 대마를 통해 연간 100억밧(약 37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마를 소비하는 문화의 확산을 매우 우려한다. 

정부의 욕망과 우려 사이에서 개정이 이뤄지다 보니 법이 모순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태국의 대마 사업가들은 모호한 법 때문에 불확실성만 늘어났다고 토로한다. 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불만이다. 이들은 합법화 지역에 돈이 몰리는 ‘그린러시’ 현상에서 사업 기회를 엿보면서도 실제로 대마를 판매해선 안 되는 상황이다.

초파카는 “태국 대마 산업의 현황”이라며 “꼭 식물로 돈을 버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마 식물이 아닌 대마의 성분이 든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초파카는 “이게 법이 허락한 우리가 놀 수 있는(사업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초파카는 젤리 회사 ‘초파카’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젤리엔 ‘테르펜’이 들어있다. 테르펜은 대마뿐 아니라 여러 식물에 들어있는 자연 성분이다. 초파카에 따르면, 테르펜 함유 젤리를 먹으면 대마를 먹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는다. 예를 들어, 식욕을 돋우고 수면에 도움을 준다. 물론 취하게 하는 효과는 없다. THC나 CBD가 들어 있지 않았다. 태국 식약청이 제품을 허가하는 이유다.

대마 스타트업은 합법적으로 사업하는 창의적인 방법을 강구한다. 대표 사례가 지난해 1월 문을 연 태국 최초의 합법적인 대마 식당이다.

방콕에서 2시간 거리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은 대마를 주제로 ‘기분 좋은 피자(Good Mood Pizza)’나 ‘피식 빵(Giggle Bread)’이란 이름으로 음식을 선보인다.

초록 잎이 얹혀 나오지만 THC 함량은 미미하다. 법적 기준에 맞추려 주의한 결과다.

정부는 대마 사용에 엄격한 기준을 내세우면서 경제적 이득도 동시에 취하려고 한다.

찬위라꾼 장관은 수년째 대마 합법화를 추진했다. 그가 속한 육군 사령관 출신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이끄는 군부 정당 팔랑쁘라차랏당도 합법화를 정책적으로 밀어붙였다.

초파카는 무료 대마를 대량으로 나눠주는 건 포퓰리즘 정책의 일환이라고 해석한다.

태국 대마 산업의 수익성은 이미 증명됐다. 지난 3월 찬위라꾼 장관은 2019년 초 의료용 대마 합법화가 된 후 70억밧(약 256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최근 몇 달간 불황에 접어든 관광산업 회복을 위한 ‘비밀 병기’로 대마를 꼽았다. 대마에 관대한 이미지를 대외적으로 보여줘서 관광객이 자국에 유입되길 바랐다.

정부는 대마를 수익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널리 홍보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의료용과 오락용을 대하는 온도 차가 크다 보니 대중에게 주는 괴리감 또한 크다.

“현지인들은 태국 대마 합법화 소식이 퍼지면서 대마에 관심이 굉장히 많아졌어요. 이에 따라 수요도 커졌죠. 합법 시장에서 욕구 해소가 안 되면 어디로 가겠어요?”(초파카)

정부는 현재로서는 다른 공식적인 계획이 없다. 하지만 대마의 경제 효과를 열심히 홍보하면서 이미 대마를 대하는 대중의 태도를 바꿔놓았다. 정부가 피하고 싶어했던 논의가 시작된 거다. 태국인들은 금기였던 대마를 두고 자유롭게 대화하고 있다.

“태국인들은 전보다 거리낌이 없어요. 특히 대마에 호기심이 많아졌어요. 또 대마라고 하면 무엇보다도 돈을 벌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초파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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