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entity

이성애자인 줄 알았던 남자친구가 양성애자라고 고백한다면

커밍아웃의 의미를 추측하지 말고 직접 대화하는 편이 좋다.
SL
translated by Sowon Lee
KR
양성애자, 커밍아웃, lgbtq, 바이, 바이섹슈얼, 남자친구

다행히 애인이 없을 때 스스로 양성애자(바이)라고 알았다. 그래서 진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여자친구에게 커밍아웃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양성애자 남성이 여자친구에게 하는 커밍아웃이 얼마나 두려울지 짐작은 간다. 양성애자라는 말을 꺼내면 대부분 남성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특히 나이 든 동성애자 남성은 더 그렇다. 같은 대답을 수없이 들었다. “그래? 나도 한때 양성애자였어.” 그런 말을 들으면 이렇게 받아치고 싶다. “그쪽이 양성애자를 거쳐간 동성애자라고 해서 나도 그런 건 아니지.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성정체성을 찾는 건 아니야, 자기 밖에 모르는 멍청이!” 하지만 전력을 다해 참는다.

양성애자라고 고백할 때 상대가 잘 믿지 않아 문제다. 단순히 동성애자가 되기 전에 잠시 거쳐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서다. 상대가 정말로 양성애자라고 믿어줘도 문제다.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떠올릴 게 뻔해서다. 보통 욕심 많고, 성병을 퍼뜨리고, 바람기가 있다는 이미지를 떠올린다. 그래서 남성은 여자친구에게 양성애자라고 고백 전에 부정적인 편견을 떠올릴까 봐 걱정하거나, 진심을 믿어주지 않을까 봐 우려한다. 그렇지 않다면 여자친구가 마음이 상하거나 떠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릴지 모른다.

당신이 여성인데 남자친구가 커밍아웃했다면, 그런데 도와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편견이 없다는 걸 보여주면 된다. 어쩌면 내심 두려워하고 있을지 모른다. 양성애자에게 반감이 없다고 보여주는 거다. 하지만 당연히 궁금한 건 생길 수 있다.

이성애자인 줄 알았던 애인이 양성애자라고 고백할 때 궁금할 만한 질문에 답했다.

남자친구가 저한테 양성애자라고 고백하는 건 우리 관계에 무슨 의미일까요?

두 사람이 확인할 일이다. 성상담사 ​토드 베래츠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며 “관계나 개인은 모두 고유하고 나름의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상대가 직접 말하는 내용이 맞다. 거기서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남성과 성관계를 원해 그런 고백을 하는 거라면 훨씬 더 까다로운 문제다. 잠시 후 다시 다뤄보겠다).

베래츠는 “상대가 단순히 선언하는 건지, 다른 사람을 통해 성정체성을 더 알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건지가 중요하다”며 “커밍아웃의 결과를 좌우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28세 남성 잰은 동갑내기 여자친구 라라진과 3년을 동거하다가 커밍아웃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성은 밝히지 않았다. 이들은 서로에게만 충실했다. 라라진은 잰의 성정체성을 몰랐다. 잰은 VICE에 “여자친구한테 고백한 일이 여태껏 겪은 일 중 가장 힘들었다”며 “멀리할까 봐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비밀과 거짓말이 관계를 결국 망가뜨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여자친구가 자신의 모든 걸 알았으면 했다. 그래서 옆에 앉혀 놓고 남성에게도 끌린다고 고백했다.

라라진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려고 애썼다. 하지만 잰의 고백이 자신을 떠나고 싶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생각해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는 “잰에게 모든 게 다 괜찮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며 “하지만 커밍아웃이 우리 관계에서 무슨 의미인지 몰랐기 때문에 곧 눈물이 나왔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이제 남자친구가 양성애자라는 걸 알게 됐는데 우리 관계는 어떻게 변할까?’였다. 그는 “남자친구가 날 떠나 다른 남성에게 갈까 봐 매우 혼란스럽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잰은 그런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여자친구인 당신에게 양성애자라고 고백하는 이유가 삶의 일부를 공유하거나 다른 성소수자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서라면 큰 변화가 없을 거다. 아마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같은 TV 프로그램을 더 봐야 할 수 있다. 또 금발로 염색한 남자친구를 보고 별로지만 잘 어울린다고 말해야 할 수도 있다. 이게 다다. 여전히 당신의 남자친구다. 여전히 처음 사랑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유일하게 달라진 건 양성애자라고 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당사자조차 단순한 고백인지 다른 남성과 경험이 필요한 건지 모를 수 있다. 또 가끔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 확실한 건 남성에게 끌린다는 걸 알고 그걸 여자친구에게 알리고 싶어 한다는 거다. 불확실해도 괜찮다. ‘어떤 의미인지’는 두 사람이 대화로 알아가면 된다. 이 과정에서 남성도 자기 욕구를 더 잘 알게 된다.

남자친구가 저한테 끌리지 않는다는 의미인가요? 

절대 아니다! 남자친구가 양성애자라고 하면 아마 양성애자일 거다. 믿는 게 우선이다. 커밍아웃하기 전에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그에게 사랑받는다고 느꼈다면 갑자기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다(양성애가 실재한다는 말을 지겹도록 끊임없이 말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내가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안 믿는다. 심지어 미국 뉴욕데일리뉴스가 날 ‘양성애자 인기 인플루언서’라고 인정했는데도 말이다).

우린 애인이 있어도 다른 사람에게 끌릴 수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사귀는 사이라면 다른 사람하고 잠자리는 안 하겠지만 그렇다고 길거리의 섹시한 사람에게 눈이 돌아가지 않는 건 아니다. 자위할 때 몇 시간 전에 지하철에서 본 농구복 입은 남성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친구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지 않나. 끌리지 않는 것도 아니지 않나. 단지 다른 남성에게도 끌린다는 의미다.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남자친구도 마찬가지다. 단지 끌리는 대상이 여성과 남성 모두라는 것만 빼면.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는 말 자체를 아예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남자친구 정체성의 일부다. 남자친구가 대체 언제, 누굴 생각하는지 세부적인 모든 걸 들을 필요는 없다. 어떤 성에 욕망을 느끼건 이 부분은 두 사람이 허용하는 만큼만 나누면 된다.

남자친구가 남성에게 관심을 가질까 봐 그래도 두렵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자친구가 여전히 당신을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우려를 전해도 좋다. 하지만 관계 자체에 대한 불안이 아니라면, ‘이 모든 게 어떤 의미인지’나 ‘남자친구의 정체가 대체 뭔지’와 같은 거라면 당신의 편견을 상대의 짐으로 만들지 말고 혼자 처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양성애자 남성의 존재를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않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양성애자 남성이 여자친구와 있을 때도 남성을 은밀하게 원할 거라고 오해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지만 이해할만하다. 사회적 편견에 이미 물들어 있어 불안할 수 있다. 핵심은 내면화된 동성애나 양성애 공포일 수 있다. 이런 편견을 어떻게 표출하고 있고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방법을 배운 다음에 마음가짐을 바꾸면 된다. 양성애자 정보를 다루는 ‘bi.org’나 ‘바이섹슈얼리소스 센터’에서 더 찾아 볼 수 있다. 

남자친구가 친구에게 말한다거나 커밍아웃하고 싶다고 하면 어떡하나요?

못된 사람처럼 굴지 마라. 친구와 가족에게 커밍아웃할 수 있도록 응원해줘야 한다. 남자친구에겐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당신이 옆에 있다면 훨씬 쉬워질 거다. 당신에게도 산책하러 나가는 것처럼 쉬운 일은 아닐 거다. 사람들이 왈가왈부할지도 모른다. 남자친구가 동성애자 정체성을 부정한다는 헛소문이 돌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다 속이 좁아서 그렇다. 무시하고 신경 쓰지 마라. 사람들이 남자친구를 편견의 시선으로 본다면 맞서라.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당신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해줘라.

남자친구에게 응원하고 믿는다고 보여주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심리치료사이자 성교육가인 레이철 라이트는 “당신 일이 아니라 남자친구 일이라는 걸 명심하라”고 조언했다. 도움줄 수 있는 방법을 묻고 모든 게 괜찮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사랑과 욕망이 관계에 여전히 있다고 확신을 주는 거다. 그는 “상대가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자신의 일부를 말해준다면 당신을 굳게 믿는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당신이 절대로 떠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라이트는 “남자친구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할 거라고 얘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행복해지길 바랄 뿐 아니라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말해야 한다”며 “남에게 어떻게 보이든지 옆에서 응원해 주겠다고 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자친구가 부모님에게 커밍아웃할 때 당신이 있어주길 바라든, 서로 아는 친구에게 대신 말해주길 바라든, 필요로 하면 도와주는 게 좋다. 무엇이 필요한지 말하지 않는다면 질문해 확인해보는 방법도 있다.

마음을 열고 변화를 받아들여라. 남자친구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고 해도 지금 그렇게 원할 뿐이다. 라이트는 “우리는 어떤 성정체성을 가졌든 얼마나 사귀었든 상관없이 변하고 진화하며 성장한다”며 “자신의 새로운 걸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드러난 성정체성이 어떤 것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물론 자신만의 확고한 기준은 있어야 한다. 서로 합의하에 여러 사람을 만나는 다자간연애처럼 원하지 않는 관계가 있다면 그 부분을 확실히 표현해야 한다. 안 하고 싶은 걸 할 필요는 없다.

남자친구가 남성과 성관계를 맺으며 하고 싶은 대로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남자친구가 커밍아웃한다고 해서 꼭 행동으로 보여줄 거라는 의미는 아니다. 당신과 일대일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위나 포르노로 개인의 욕구를 해소할 수도 있다. 또 단순히 당신이 다자간연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싶을 수도 있다(기억해야 할 점은 양성애자라고 해서 꼭 다자간연애를 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다자간연애에 대한 욕망은 성정체성과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라이트는 “이건 오직 당사자만 아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니 물어보면 된다(다자간연애를 하는 방법은 완전 다른 이야기다).

남자친구가 원하지도 않는 다자간연애를 요구한다면 선을 그어줘야 한다. 정말 하고 싶지 않다면 이렇게 말하면 된다. “네가 남자랑 놀고 싶은 건 이해하지만 천천히 받아들이고 싶어. 네가 여자건, 남자건 다른 사람이랑 어울린다고 생각하면 불편해. 아직 그 정도는 아니야.” 남자친구가 밀어붙인다면 그건 성정체성이 아니라 존중의 문제다.

잰과 라라진은 편안한 상황에 이르렀다. 잰은 자신의 성정체성을 확고히 받아들였고 라라진은 남자친구의 성정체성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었다. 잰은 남성과 성경험이 없었다. 그는 “호기심이 점점 커져서 어느 순간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남성과 성관계를 해보고 싶다고 하니 여자친구가 정말 힘들어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끊임없이 대화했다. 라라진은 진정으로 잰을 사랑하기 때문에 다자간연애에 동의했다. 잰은 다른 여성이 아닌 남성과만 만날 수 있다는 기준도 세웠다. 대화와 숙고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결국 둘은 다자간연애를 하고 있다. 잰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 라라진이 남자친구의 사랑을 한 치도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보다 서로를 더 많이 사랑하게 됐어요.” 잰도 똑같이 느낀다. “여자친구와 그 누구보다 가까운 관계가 됐어요.” 일대일 관계를 유지하든 안 하든, 진정성과 열린 마음, 수용하는 자세만 있다면 상대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자신과도 가까워지면서 말이다.

Zachary Zane